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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계란을 보면서 '닭장'을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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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식탁에 오른 계란 프라이 한 접시. 그 계란을 어떤 닭이 어떻게 낳은 것인지 알게 된다면 입맛이 싹 가실지 모른다. 다른 닭을 쪼지 못하도록 병아리 때 절단기에 잘려 나간 부리, 날개도 펼 수 없는 비좁은 공간, 24시간 켜 있는 전등, 땅은 한 번도 밟지 못했다. 그렇게 본성을 잃고 사육된 닭이 기계처럼 낳은 계란임을 알게 된다면….

새 동물보호법에 따른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가 어제 시행에 들어갔다. 윤리적 축산을 유도하자는 취지다. 법정 기준에 따라 동물을 사육하는 소ㆍ돼지ㆍ닭ㆍ오리 농장에 대해 국가가 인증하고 그렇게 생산된 축산물에는 인증마크를 달 수 있다.
첫 적용 대상은 산란계(알 낳는 닭)다. 산란계 '권리장전'의 초점은 최소한의 습성 되찾기. 날개를 뻗을 수 있도록 1㎡에 9마리 이하만 키워야 한다. 매일 6시간 이상 어두운 곳에서 사육해야 하며 가끔 닭장 밖에도 내보내야 한다. 그 정도는 당연한 것 아니냐고 생각한다면 '닭장 물정'을 모르는 것이다. 닭 농장에서는 보통 1㎡에 24마리, A4용지 1장에 3~4마리꼴로 키운다. 정부는 내년에 돼지, 2014년 식용닭, 2015년에는 한우와 젖소 농장으로 인증제를 확대할 계획이다.

소비자가 식품의 생산 과정까지 따져보는 윤리적ㆍ철학적 소비, 이른바 프리덤 푸드(freedom food)의 지향은 세계적 추세다. 제조ㆍ가공 과정에서 환경 오염이나 노동 착취, 동물 학대가 없었는지 챙기는 것이다. 동물의 생명도 존엄하다. 가축에게 최소한의 본성과 습성을 지켜주는 것은 동물은 물론 인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비정상적으로 자라고 스트레스와 약물에 찌든 달걀이나 고기가 인간에게 이로울 리 없다.

정부가 동물복지에 눈뜬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선진국에서는 오래전에 동물복지 관련 제도가 뿌리 내렸다. 스웨덴ㆍ영국 등은 1990년대 초부터 비윤리적인 가축의 양육 및 도살을 금하면서 인증제를 운용하고 있다. 우리도 동물복지를 사육에서 도축, 운송 등으로 넓히고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의 의식 있는 동참도 중요하다. 동물복지의 향상은 안전하고 품질 높은 축산물 생산의 토대이자 축산업을 지속가능 산업으로 발전시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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