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장과 직원들이 열심히 현장을 살핀 결과는 정책으로 나타난다. 금융위는 부실 저축은행 정리와 가계부채 억제책, 개인 연대보증 폐지 등을, 중기청은 전통시장 현장애로 개선방안을 내놓았다. 이와는 달리 해당 기관이 현장을 제대로 살폈더라면 막을 수 있었던 일도 많다. 운전면허 취득을 위한 의무교육 시간이 줄었는데도 수강료를 담합해 올린 자동차운전학원에 대해 서울경찰청은 앉아서 신고만 받고 말았다.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지난 15일 발효됐는데도 미국 관세청이 전산망을 정비하지 않아 한국 기업들이 관세 인하 혜택을 못 보는데도 우리 통상교섭본부나 관세청은 모르고 있었다.
설ㆍ추석 등 명절을 앞두고 갑자기 민생을 챙긴다며 시장에 나가 상인들과 증명사진을 찍지 말고 평소 자신이 맡은 분야의 현장에 가라. 그래야 거기서 맞춤 정책이 나온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인터넷 팬 카페가 있을 정도로 인기인 것은 재난과 고통의 현장이면 낡은 점퍼 차림으로 나타나는 현장 리더십 때문이다. 현장에서 제 눈과 귀로 보지 않고 책상에서 민생의 고단함을 알기는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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