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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김정헌, '마을'에서 '희망'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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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서귀포시 월평 마을에 있는 '송이 갤러리'. 미술가 윤돈휘씨가 만든 세상에서 가장 작은 갤러리다. 사진=검둥소 제공.

제주도 서귀포시 월평 마을에 있는 '송이 갤러리'. 미술가 윤돈휘씨가 만든 세상에서 가장 작은 갤러리다. 사진=검둥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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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2008년부터 꼬박 2년을 법정 다툼에 매달렸던 그였다. 그런 그가 이 과정에서 힘을 쏟았던 다른 뭔가가 있었다. 그는 거기서 '희망'을 봤다고 말했다. 그 뭔가는 다름 아닌 '마을'이었다.

2009년 2월 '예술과 마을 네트워크'의 문을 연 그는 아직까지도 '마을 살리기'에 한창이다. 예술로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고, 나아가선 마을 공화국을 만들겠다는 게 그의 의지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기금 운용 규정 위반을 이유로 2008년 12월 해임된 김정헌 전 한국문화예술위원장이다. 김 전 위원장은 '마을'을 이렇게 말한다.

"모든 희망의 싹은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나온다고 믿는다…공동체 사회는 구성원들이 소통을 할 수 있는 기반 위에 성립한다. 여기에 가장 알맞은 공동체가 우리의 마을이다".

예술과 마을을 잇고, 마을을 다시 사회로 이어 나가는 김 전 위원장은 이를 머릿속 구상으로만 끝내지 않았다. 곳곳을 다니며 현장을 직접 둘러보고 많은 사람들의 얘기를 들었다.
'김정헌, 예술가가 사는 마을을 가다'는 그의 바지런함이 그대로 묻어나는 답사 기록이다. 김 전 위원장의 발길을 따라 예술 마을 몇 곳을 들여다봤다.

◆'섬진강 시인' 김용택의 임실 장암 마을='가문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퍼가도 퍼가도 전라도 실핏줄 같은/ 개울물들이 끊기지 않고 모여 흐르며…'.

김용택의 '섬진강 1'이라는 시다. 이 시로 이름을 알린 시인 김용택의 마을은 전북 임실군 장암이다. 김 전 위원장과 함께 마을을 걷던 김용택은 농촌 마을 공동체를 3가지로 표현했다. 같이 먹고, 같이 일하고, 같이 노는 것이라고.

그는 김 전 위원장에게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농촌 문화의 상징으로 등장한 게 농악인데, 이제는 농민들의 이런 문화 활동이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는 것이다.

이 두 사람이 장암 마을에서 어떤 얘기를 더 나눴는지는 이 사진 설명 한 줄에 드러나 있다. '마을에 문학관을 들여와 새로 건물을 짓고 분란이 일어나게 하는 대신, 기존의 것을 보존하며 오래된 것의 소중함을 지켜야 한다는 시인의 말에 공감한다.'

전북 진안군 백운면에 있는 박물관의 모습. 옛 정미소 건물에 마을 관련 기록들을 모아뒀다. 사진=검둥소 제공.

전북 진안군 백운면에 있는 박물관의 모습. 옛 정미소 건물에 마을 관련 기록들을 모아뒀다. 사진=검둥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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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정미소에 박물관이..진안 백운 마을=전북 진안군 백운면에는 특별한 정미소가 있다. 겉모습도 속모습도, 영락없는 정미소지만 이곳은 어엿한 박물관이다. 마을의 대소사를 담은 책과 글, 오래된 이발소와 구멍가게를 찍은 사진 등이 이 박물관의 전시 대상이다.

계남정미소가 특별한 이유는 따로 있다. 그냥 박물관이 아니라 '공동체' 박물관이라는 사실이다. 이 박물관에 걸려 있는 사진과 글은 누구 한 사람만의 작품은 아니다. 대부분 여럿이 함께 만든 것이다.

어느 초등학교 교장이 예전 마을 풍경이 담긴 책을 들고 오는가 하면, 마을에 귀농한 부부가 박물관 관리를 맡는 식이다. 지난해 여름 박물관 내부를 고칠 때도 이들 부부가 도움을 줬다. 과연 공동체 박물관답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갤러리..제주 송이 갤러리=제주도 서귀포시 월평 마을. 김 전 위원장이 월평 마을에 대해 쓰면서 함께 공개한 사진이 인상적이다. 일단 간판이 눈에 띈다. 하얀색 바탕에 '송이슈퍼'라는 남색 글씨. 간판은 이미 낡아빠졌다. 슈퍼로 들어가는 미닫이 문 역시 성치 않아 보인다.

그런데 그 옆에 온통 빨간색인 공간이 있다. 담장 무늬가 그려진 천막 앞에는 의자도 놓여 있다. 송이 갤러리다. 사진 설명도 기가 막히다.

'미술가 윤돈휘씨가 만든 세상에서 가장 작은 갤러리, 송이 갤러리. 제주도 올레의 명소가 됐다.' 송이 갤러리는 예술로 마을을 되살린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를 몸소 보여준다.

김 전 위원장은 이 책에서 충북 제천 덕산면 신현리와 경남 하동군 악양면, 경남 합천군 가회면 등을 더 살핀다. "한국문화예술위원장을 맡았던 사람으로서 마을을 운운하는 일이 조금은 뻔뻔스럽기도 하다…되든 안되든 작고 느리게 할 수 있는 만큼 하려고 한다. 세상 인연이라는 게 그런 게 아닌가"라고 말하는 그가 이번엔 어디로 향할지 궁금하다. 그 '어디'는 분명 마을일 것이다.

김정헌, 예술가가 사는 마을을 가다/ 김정헌 지음/ 검둥소/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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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정은 기자 j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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