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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핵심가치 뿌리 내리려면 마르고 닳도록 700번은 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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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회 박사의 리더십 이야기

‘꿈★은 이루어진다.’ 흔히 하는 말이지만 ‘꿈’과 ‘이루어진다’ 사이에는 괄호가 숨어 있다. ‘잘해야’이다. 즉 꿈은 ‘잘해야’ 이루어질 수 있다. 비전은 조직의 꿈이다. 비전은 조직을 무한질주하게 한다.

조직에 비전이 살아 숨쉬면 구성원은 누구의 통제와 지시 없이도 각자 젖 먹던 힘까지 짜내며 자발적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여기에도 역시 전제조건이 숨어있다. 비전이 ‘공유돼야’ 팀워크를 이뤄 기대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모든 리더는 조직의 비전이 조직의 현장 곳곳에서 살아 숨쉬길 바란다. 그러나 현실에서 잘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용두사미식 전파는 하지 않았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중국 사마천의 사기 중 ‘관안열전’(管晏列傳)에 다음 대목이 나온다. 제나라 경공이 산동의 기대촌이란 곳에서 지금은 망하고 없는 나라 기(紀)의 금 항아리를 하나 얻었다. 뚜껑을 열고 안을 보니 붉은 글씨의 죽간에 ‘물고기를 먹되 뒤집지 말고, 질 나쁜 말은 타지 않는다’는 글이 쓰여 있었다. 해석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는데 재상인 안자(晏子)가 다음과 같은 해석을 내놓았다.

“앞의 문장은 물고기를 먹되 절반만 먹고 적당한 때 멈추라는 뜻입니다. 즉 군주는 백성에게 세금을 너무 가혹하게 거두지 말고 절반 정도만 거두어 백성들이 편히 살 수 있게 하라는 의미입니다. 뒤의 문장은 질이 나쁜 사람과는 접촉하지 말라는 것이니, 군주로서 인품이 비열한 간신을 기용해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경공은 “이 금 항아리의 잠언은 정말 귀한 보물이다. 그런데 이런 귀한 글을 가졌던 기국이 어째서 망했는가?”라고 반문한다. 이에 대한 대답 역시안자답게 날카롭다. “군자는 늘 좋은 말(言)은 매일 다니는 문 앞에 걸어두고 잊지 않도록 합니다. 그런데 기국은 이 귀중한 잠언을 금 항아리 깊숙이 담아두고는 막아버리지 않았습니까? 이러고도 기국이 망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3000년 전 이야기지만 오늘날에도 시사 하는 게 적지 않다. 많은 리더와 기업들이 비전 만들기에는 공을 들이다가 정작 전파와 공유에는 용두사미인 경우가 많다. 아무리 좋은 비전도 금 항아리 깊숙이 담아 막아버리면 소용이 없다. 비전이 살아 숨쉬게 하기 위해선 조직의 행동강령으로 적용하고 실천하고 가동시켜야 한다.

잭 웰치 전 GE회장은 “기업의 핵심가치는 700번 이상 반복해서 직원들에게 말해야 한다. 나는 메시지를 전달할 때 한 번도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핵심가치가 뿌리를 내려 체질화될 때까지 마르고 닳도록 말하는 열정과 끈기를 리더부터 가져야 한다는 얘기다. GE는 핵심가치를 공유 실천하기 위해 CEO가 직원들과 최소한 3~4개월에 한 번씩 웹에 올린 핵심가치와 관련해 문답 위주의 대화를 정기적으로 한다.

아무리 좋은 비전이라 하더라도 직원들은 처음엔 거리감 내지는 의구심을 보이게 마련이다. 리더가 열정을 갖고 반복해서 전달해야 “과연 그럴까? 해보면 나에게도 도움이 될까?”하며 탐색 단계를 거쳐 비로소 몰입 단계에 이르게 된다. 그 기다림을 참지 못하고 리더가 포기하거나 열정의 고삐를 늦추면 금 항아리 속에 잠언을 넣어놓고 실천하지 않아 쇠락한 기국처럼 되기 쉽다.

‘에펠탑 효과’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처음 건립될 때 파리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시민들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쳤던 에펠탑은 시간이 지날수록 시민들 눈에 익숙해졌고, 결국은 그들의 자랑거리가 됐다. 비전 역시 마찬가지다. 가까이서 반복해서 보고 듣고 토의하며 자극을 받아야 구성원들은 비전에 친화되고 몰입하고 체질화한다.

김성회 CEO리더십 연구소장
경영학 박사.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겸임교수. 인문학과 CEO 인터뷰 등 현장사례를 접목시켜 칼럼과 강의로 풀어내는 스토리 텔러다. 주요 저서로는 <성공하는 CEO의 습관> <내 사람을 만드는 CEO의 습관> <우리는 강한 리더를 원한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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