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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詩]김수철 '못 다 핀 꽃 한 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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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가셨는데 안 오시나 한잎 두고 가신 님아/가지 위에 눈물 적셔놓고 이는 바람소리 남겨놓고/앙상한 가지위에 그 잎새는 한잎/달빛마저 구름에 가려 외로움만 더해가네/밤새 새소리에 지쳐버린 한잎마저 떨어지려나/먼 곳에 계셨어도 피우리라 못 다 핀 꽃 한 송이 피우리라

■ 유행가는 어쩌면, 긴 착각의 게임이다. 이 노래는 내 돌아간 친구, h에 관한 기억의 회로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는 못 다 핀 꽃 한 송이였다. 천재에 가까운 작가적 재능을 가지고 있었는데도, 미처 그 재능을 꽃 피우기도 전에 죽음이 그를 빼앗아 갔다. 짧고 경쾌하면서도 위악스런 문장들. 탄탄하게 이어지는 서사와 천부적인 '이야기 능력', 작가적 성실함과 집요함까지 갖춘 천재. 그는 노래방에 가면 오직 이 한 곡 '못 다 핀 꽃 한 송이'를 불렀다. 기이한 창법과 노래에 몰두한 진지한 표정이 유별 나서, 나는 이 노래만 들으면 그가 떠오르게 됐다. 세상에서 그를 잃은 뒤, 노래만 덩그라니 남았다. 노래가사들은 그대로 그의 삶과 죽음과 운명과 추억이 되었다. 그 노래를 온 몸으로 살다 간 한 아름다운 사람의 오롯한 광휘와 그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감미롭고 따스한 기억이 노래 한 곡에 다 들어있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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