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익종의 노래 '들꽃'
온 들이 아름다운 건 들 한 귀퉁이에 마치 아름다움을 내버리듯 무심히 피어있는 한 송이 들꽃의 힘이다. 한 송이 들꽃이 온 들을 피어나게 만든다. 자랑하여 피어나는 게 아니라 숨기고 여미고 감추다가 마침내 온 들에 소문나고 마는 꽃. 사랑아, 들꽃이 아닌 불꽃이 어디 있으랴. 시청 전철역 부근 신호등에서 멈춰설 때 차창 밖으로 '들꽃'이란 이름의 술집을 보았다. 길모퉁이에 간신히 간판을 매달고 있는 허름한 카페. 그 간판에 씌어진 들꽃 두 글자에 눈이 오래 붙들렸다. 오래 전에 나를 떠난 한 여자는 먼 들판처럼 멀어지며 아슴아슴 흔들리는 들꽃이 되었다. 지나가는 차창에 비친 달맞이꽃처럼 다시 보면 없는 꽃. 그 부재(不在)가 어지럼증처럼 활활 피어나는 꽃. 시간이 지나도 익숙해지지 않는, 사랑에 대한 깊은 부끄럼같은 것. 들꽃을 눈동자 속에 넣어가는 사람도 있나니...그대도 내가 지나가는 사람이 아니었다고 말해줄까.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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