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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南南갈등 부추기는 언론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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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100명의 집단이 있다. 특정 사안을 놓고 99명이 찬성을 하고 한명이 반대를 한다고 가정해보자. 이 상황을 보도하는 기자는 고민에 빠진다. 한명의 반대 의견을 알리는 것도 필요하다. 그렇다고 소수의견을 강조하면 자칫 '99대 1'이라는 실체(實體)가 '50대 50'으로 왜곡될 수도 있다. 언론이 흔히 마주하는 '소수 보도의 딜레마'다. 이같은 딜레마 상황은 또 종종 왜곡보도의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최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을 둘러싼 언론 보도 양상이 딱 그렇다. 김 위원장의 사망소식이 전해진 지 일주일이 지난 지금, 남한 사회에 큰 혼란은 없다. 국민의 대다수는 북으로부터 전해지는 김정일 사망 관련 소식에 귀를 기울이면서도 차분하게 반응하고 있다. 조문을 둘러싼 남남갈등도 없고, 색깔론도 고개를 들지 않고 있다. 이희호 여사와 현정은 회장의 조문을 위한 방북도 '인간으로서의 도리' 차원에서 이해하고 있다. 노무현재단의 조문을 불허했지만 조의문으로 대신하면서 큰 문제가 되지 않고 있다. 우리 국민들은 17년 전 김일성 주석이 사망했을 때보다 '이념적으로나 문화적으로' 훨씬 성숙해 있는 것이다.
지난주 취재차 택시를 타고 이동하다가 북한에서 "남측 조문단을 모두 허용한다"는 라디오 뉴스가 흘러나오자 운전하던 택시기사는 대뜸 "북한이 우리를 싸우게 만들고 싶은가봐요"라고 말했다. 북한 상황에 대한 국민의 이해수준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북측의 '수준 낮은' 갈등 유도책을 훤히 꿰뚫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정치권과 언론은 어떤가? 과거의 색깔론, 예를들어 "조문에 찬성하면 친북좌파", "반대하면 극우보수"라는 흑백논리가 여전히 횡행하고 있다. 이를 기계적으로 전하는 언론의 보도태도도 실체적 진실과는 거리가 있다.

문제는 이것이 실제로 남남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무언가 제목 거리가 나오게 기사를 쓰고 싶다는 것은 모든 기자의 바람이다. 그렇다고 실체를 왜곡할 순 없는 노릇이다. 정작 국민들의 의식은 엄청나게 성숙해진 반면 정치권과 언론의 문제의식은 17년 전 김일성 사망 시점에서 한 치도 발전하지 못한 것 같아 왠지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딜레마에 빠진 기자의 유일한 탈출구는 끊임없는 고민이다. 딜레마 탈출의 적은 답습(踏襲)이다. 지난 일주일, 국민들은 '소수 보도의 딜레마'를 고민하지 않고 1994년의 모습을 답습한 이들에게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침착하게 상황을 주시하는 국민들의 모습에서 정치권과 언론이 배워야할 때다.




이민우 기자 m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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