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갑작스런 정전 사고로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피해를 입은 울산의 한 석유화학기업 임원의 하소연이다.
한국전력은 이번 정전이 변전소의 설비고장 때문이라고 밝혔다. 송전설비 증설작업 도중 정전발생 5일전 추가된 가스절연개폐장치 이상이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사전정비가 부족했거나 제품의 하자라고 해도 미리 이를 발견하지 못한 관리감독 부실이다. 결국 울산 정전은 시험 가동 중에 발생한 인재라는 점에서 한전은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나머지 중소업체 60여개사에서 발생한 피해는 집계조차 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피해 규모는 더욱 커질 것이 자명하다.
특히 정전 피해 보상은 기업들을 더욱 곤경에 빠뜨리고 있다. 정전의 책임은 한전에 있다고 해도 정전으로 인한 피해보상을 해주는 경우는 전무하기 때문이다.
지난 2월에 발생한 여수 국가산업단지 정전사고로 GS칼텍스, LG화학 등 26개 업체가 피해를 입었지만 보상을 받지 못했다.
사고 발생 10개월이 지났지만 보상 여부는 여전히 협의 중이다. 정유사 관계자에게 소송 가능성을 묻자 "일부 기업들은 한전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보지만 대부분 중도 포기한다"고 대답했다. 대응해봐야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크다는 설명이다.
올해 우리나라 정유ㆍ석유화학 기업들은 사상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자동차, 반도체 못지않은 수출 주역으로 떠올랐다. 이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더 뻗어나갈 수 있도록 적극 밀어주지는 못할망정, 막대한 영업 손실을 나몰라라 외면하는 '슈퍼갑'에 대한 시선이 영 미덥지 못한 이유다.
오현길 기자 ohk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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