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인 배추와 무, 게 간장과 게 일종인 박하지, 능쟁이, 황발이 등 다져넣어 삭힌 서산별미
[아시아경제 왕성상 기자] 날씨가 쌀쌀해지면 따끈함이 그립다. 이럴 때 서산지역에선 먹는 음식이 따로 있다.
소금에 살짝 절인 배추와 무를 숭숭 썰어서 게 간장과 게의 일종인 박하지, 능쟁이, 황발이 등을 다져넣거나 황석어젓이나 밴댕이젓 등으로 삭힌 김치 게국지가 바로 그것이다.
배추나 무시래기마저도 아깝던 시절, 지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과 시래기를 버무려 항아리에 담아뒀다가 간이 적당히 배면 투가리(뚝배기)에 담아 끓여내는 게 바로 게국지다.
게국지는 먹을거리가 넉넉지 못했던 시절 겨울을 나면서 부족하기 쉬웠던 단백질이나 무기질을 섭취할 수 있게 하는 최고영양식이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막 지은 밥에 게국지를 똬리를 틀어 올려놓고 살짝 구은 김을 얹어 먹는 게 게국지를 맛있게 먹는 ‘서산식’이다.
처음 게국지를 대하면 볼품없고 투박하기만 한 모양에 실망할지 모르지만 한 술 두 술 뜨다 보면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우는 밥도둑이다.
‘게국지’란 말은 사투리로 지역에선 겟국지, 갯국지, 깨꾹지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 ‘게 또는 바다에서 나오는 것의 국물을 넣어 만든 김치’라고 풀이된다. “서산지역에선 밥상에 김치찌개나 된장찌개는 안 올라와도 게국지는 빠지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왕성상 기자 wss4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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