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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불 안 가리고, 지구가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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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 자연재해 그리고 인류의 종말은 블록버스터 영화의 단골 소재다. 2009년 개봉한 재난 블록버스터 '2012'는 지진과 해일에 휩쓸려가는 문명의 모습을 화려하게 보여준다. 한국 영화 '해운대'는 부산을 강타하는 해일을 소재로 큰 인기를 얻었다. 어쩌면 이 영화들은 곧 현실이 될지도 모르겠다. 엄청난 폭우와 태풍, 극심한 가뭄 등 이상 기후가 멀지 않은 미래에 지구를 강타하리라는 예측이 실제로 제시됐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지난 18일 '극한현상 및 재해의 위험관리 특별보고서(SREX)' 요약집을 발표했다. IPCC는 1988년 기후변화문제에 공동으로 대처하기 위해 UN산하의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공동으로 설립한 정부간 협의체다.
전세계 기후분야 관련 전문가들이 세 개 실무그룹으로 나뉘어 기후변화과학과 기후변화 영향평가부터 사회 경제적 비용 편익 등 정책 분야까지 폭넓게 연구한다. 설립 이후 지금까지 총 4차례에 걸쳐 기후변화 평가보고서를 발간했다. 기후변화 분야에서 가장 선두적인 연구조직이라고 보면 된다.

이번 보고서는 2009년 3월부터 전세계 과학자 220여명이 참여해 기후변화와 영향, 재해관리 등을 연구해 온 성과물이다. 현재 초안이 완성된 상태로 내년 상반기 정식 발표된다. 우리나라에서도 명수정 박사(환경정책평가연구원)와 정태성 박사(국립방재연구원), 정소민 교수(캔자스대학)가 연구에 참여했다. 가장 최근에 나왔던 4차 평가보고서 후 새로 분석된 결과가 포함됐고, 1950년 이후의 관측자료를 기반으로 극한 현상에 대한 신뢰 수준도 한 단계 높였다.

보고서에 담긴 내용은 만만치 않다. "해안 지역에 해수면 상승이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며, 수억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경제 기반을 파괴하는 극단적 기후현상이 늘어날 것"이라는 게 IPCC의 주요 내용이다. IPCC 실무그룹의 크리스 필드 공동의장은 "기후 변화가 미래에는 더 큰 격변을 겪을 것이라는 명확한 증거를 수집했다"며 "재해로 인한 피해도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1950년대 이래 관측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고온현상과 집중호우 증가, 평균해수면 고도 상승 등이 관찰됐고 유럽 남부와 아프리카 서부에서 가뭄도 늘어났다. 자연스러운 현상은 아니다. IPCC는 폭염과 해수면 상승이 인위적인 요인일 가능성은 66% 이상인 것으로 진단했다. 집중호우 역시 인위적 요인일 가능성이 크다.

미래의 극한기후 전망도 밝지 않다. 21세기 후반 폭염 증가 가능성과 해수면 고도 상승으로 인한 피해 가능성은 90% 이상이고, 집중호우 증가 가능성도 66%를 넘는다. 지난 세기 후반에 20년 빈도로 나타났던 일최고기온은 21세기 후반이 되면 2년에서 5년에 한 번 꼴로 나타날 전망이다.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서 지금보다 훨씬 더운 날이 계속될거라는 얘기다.

이런 고온현상은 당장 어린이나 노약자에게 타격을 줄 수 있다. 지중해와 유럽 남부, 중부, 북아메리카 중부와 중앙아메리카, 아프리카 남부 등지의 가뭄은 더 강화되리라는 전망이다. 허리케인과 태풍이 더 심해질 가능성도 66% 이상으로 잡혔다.

이미 기후변화는 시작됐다. 보고서는 방심해서 안 된다는 경고다. 사망자와 재산피해가 훨씬 더 늘어날 것이라는 것을 쉽게 추측할 수 있다. 특히 이러한 피해의 95%는 재해대비가 제대로 돼 있지 않은 개발도상국에서 일어날 것으로 짐작된다.

각국에서는 긴장하는 분위기다. 이미 '경고장'이 날아든 만큼 기후변화에 제대로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크리스 필드 공동의장도 정부의 주의를 당부했다.

"이미 재해로 많은 생명과 재산을 잃었다"고 말한 그는 "적당한 조치가 취해진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럽연합(EU) 기후변화위원회 집행위원장인 코니 헤데가드는 유럽 각국이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는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모든 지성과 이성을 동원한 토론이 필요하다"며 "이같은 노력을 하지 않는 정부란 절망적"이라고 말했다.

사실 기후변화를 예측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IPCC의 창립 목적도 전세계적 과학 공동체를 꾸려 미래의 재난을 대비하자는 것이었으나, 기후 현상을 정확히 짚어내기에는 아직 과학적 한계가 남아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기중 이산화탄소 증가로 인한 온난화가 가져올 피해에 대해서는 일치된 입장이 도출됐다. 기후 격변의 가장 큰 원인은 온난화이며,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게 급선무라는 것이다.

그만큼 기후변화에 맞는 정부 정책을 세우는 것이 중요해진다. 이산화탄소 감축을 최우선으로 두고 산업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것.

또한 재해 대비도 중요하다. 조기경보시스템을 구축하고 재해 위험관리를 준비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큰 피해가 예상되는 개발도상국가를 돕기 위해 선진국들이 돈을 모아 재정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세계 최대의 구호단체 옥스팸(Oxfam)의 팀 고어는 "(이번 보고서는)각국 정부가 당장 기후변화 대비에 나서야 한다는 경고등"이라며 "지금 기후변화 대비에 1달러를 투자하면 미래에 60달러 규모의 피해를 아낄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나중에 더 많은 돈을 들이지 않으려면 지금 당장 자금을 마련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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