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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도가니의 분노가 여의도를 향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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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성곤 기자]영화 '도가니'가 세상을 바꾸고 있다. 도가니가 주는 문제의식에 공감한 관객만도 이미 400만명을 넘어섰다. 참 이상한 일이다. 도가니에는 화려한 액션장면도 없고 달콤한 로맨스도 없다. 보통의 영화흥행 공식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그래도 관객들은 줄을 잇는다. 어떤 사회고발성 영화가 이토록 흥행에 성공하며 국민적 이목을 끈 적이 있나 싶을 정도다. 극장을 나서는 거의 모든 관객들이 가슴이 먹먹해지는 슬픔과 참담함을 경험했다.

도가니의 불편한 진실은 차마 글로 적기 민망할 정도다. 21세기 대한민국의 현실이 '광란의 도가니'였다는 점을 그대로 보여준다. 특히 영화 도가니의 소재가 된 광주 인화학교의 참혹한 상황은 이미 지난 2005년 MBC PD수첩을 통해 알려졌다. 그런 점에서 불편한 진실에 눈감아왔던 우리 사회의 집단적 반성은 만시지탄이다. 더욱 기막힌 사실은 작가 공지영의 소설이 없었다거나 배우 공유의 영화화 의지가 없었다면 도가니의 불편한 진실이 세상 밖으로 외출하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한창이다. 유력 후보들은 위기에 처한 서울을 구하겠다며 희망을 이야기한다. 흔히 선거는 축제라지만 '너죽자 나죽자'는 사생결단식의 네거티브 공세가 넘쳐난다. 정책선거를 다짐한 사실은 아예 잊은 모양이다. 서울시민들은 치솟는 물가와 전세대란, 허리가 휘는 사교육비 등 생각만 해도 가슴이 답답하다. 선거를 지켜보며 혹시나 했던 시민들의 마음은 차가워진 날씨만큼이나 벌써 싸늘해졌다.

여의도 정치권의 적나라한 현실을 담은 또다른 도가니가 영화로 만들어지면 어떤 일이 생길지 발칙한(?) 상상을 해본다. 도가니를 보면서 들끓었던 분노가 과연 여의도 정치권을 향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민의의 심판'이라는 내년 4월 총선이 6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금융자본의 부도덕성을 규탄하며 '월가를 점령하라'는 미국 시위대의 구호는 우리에게도 예외가 아닐 듯하다. 당장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점령하라'는 성난 민심이 쏟아지지 않을까?

돌이켜보면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우리는 행복했다. 월드컵 4강이라는 성적표가 주는 기쁨도 컸지만 우리는 모두 하나가 됐다. 붉은 티셔츠를 입고 거리에서 박수치며 '대한민국'을 외쳤다.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였다. 정치의 역할은 세대, 지역, 계층을 아울러 통합의 에너지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정치의 대부분은 '분노의 도가니'다. 국민들은 이제 영화 도가니가 보여준 광란의 현장이 오늘날 한국의 정치현실과 본질적으로 뭐가 다른지 되묻고 있다. 정치권은 이러한 물음에 답해야 할 의무가 있다.


김성곤 기자 skz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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