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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현의 육상톡톡]긴급 전화에 안색 변한 사마란치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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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올림픽이 열리고 있던 1988년9월26일 아침, 사마란치 당시 IOC 위원장은 네비오로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회장의 긴급전화를 받고 안색이 변했다. 이틀 전 남자 100m 결승에서 9초79의 세계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딴 캐나다의 벤 존슨이 도핑테스트에 결렸다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폭탄이 터진 느낌이었다. 하필이면 올림픽 스타인 벤 존슨이 걸렸단 말인가. 우리들의 이미지를 망가뜨리는 최악의 사태였다”고 생전의 사마란치는 돌이켰다.
"아니, 그럴 리가 없을텐데..” 같은날 아침 선수촌에서 이 사실을 알게된 벤 존슨의 코치 찰리 프란시스는 도무지 존슨의 도핑테스트 양성반응이 믿기지 않았다.

벤 존슨이 검사 6주 전에 사용을 중지했던 근육 증강제인 스타노조롤이 검출됐기 때문에 프란시스 코치는 놀란 것이다. 6주 전에만 사용을 중지하면 종전의 검사방법으로는 검출해낼수 없는 약물이다. 프란시스 코치는 한국인 의사들이 참여했던 도핑테스트기관의 능력을 과소평가했다가 큰 낭패를 당했다는 뒷이야기다. 프란시스 코치는 훗날 “그 약물은 100m 달리기에서 1m를 단축시켜주는 효과가 있다”고 털어 놓았다. 벤 존슨은 금메달을 박탈당했고 세게신기록은 말소됐다.

1960년 로마올림픽 사이클경기 도중 덴마크의 옌센리라는 선수가 사망했다. 검사결과 피로감을 줄이고 견디는 힘을 키우기 위해 안페타민과 니코틴산이 검출됐다. 이것이 올림픽에서 약물복용으로 선수가 죽은 첫 사례다.
이 사건이 일어나고 나서야 IOC는 도핑의 심각성을 깨닫기 시작했다. 스포츠에서 도핑이 규제되어야 하는 데는 두가지 큰 이유가 있다. 하나는 약물의 힘을 빌려 경기력을 향상시킨다는 것은 스포츠의 근본가치인 스포츠맨십에 어긋난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약물의 남용이 선수들의 건강을 해칠 뿐 아니라 자칫 잘못하면 목숨까지 빼앗을 수 있기 때문이다.

IOC의 금지약물은 정신흥분제, 중추신경흥분제, 교감신경흥분제, 마약진통제 등 여러 종류가 있다.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는 근육증강제인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의 사용자가 도핑의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알약인 이 합성호르몬은 발육부전으로 사춘기가 됐는 데도 남성다움이 나타나지 않는 청소년이나 나이 들어 쇠약에 시달리고 있는 노인들을 돕기 위해 처방되는 약이다.

그러나 이약을 스포츠선수에게 대량으로 투여하고 트레이닝을 시키면 근육을 보강하고 체중을 불리는 효과가 있다.그래서 육상의 단거리선수, 투척 선수나 역도 선수들 가운데 이 약의 유혹에 넘어간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조직적으로 도핑에 관여한 나라는 구동독이다. 분단시대 국력에서 서독에 밀렸던 동독은 엘리트 스포츠를 통해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을 높이려고 국가조직을 동원해 도핑에 손을댔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여자 경영 13개 종목 가운데 11개 종목의 금메달을 동독이 싹쓸이했다. 어깨가 떡 벌어지고 울퉁불퉁한 근육질인 동독 여자 경영선수의 몸은 웬만한 남자 뺨칠 정도였다.

오랜기간의 도핑은 동독 여자선수들의 몸에 무서운 결과를 가져왔다. 몸에 털이 많이 났고 목소리는 굵어졌으며 내장 질환, 피부염은 그렇다치고 자궁의 퇴화, 태아의 기형화는 여성에게 치명적인 부작용이었다.

구동독이 무너진 뒤 비밀경찰의 기밀문서를 증거삼아 도핑 재판이 열려 과학자,코치등이 법정에 불려 나왔으나 그들 가운데 유죄 선고를받은 사람은 100명도 안된다. 그것도 모두 벌금형 뿐이었다.

도핑의 하수인들 가운데 적지않은 사람들이 구동독으로부터 미국, 영국, 프랑스, 호주, 그리스 등 세계 각국으로 흩어져 나갔다. 그들 가운데 일부는 그곳에서 승리 지상주의자 들에게 구동독의 검은 유산인 도핑의 노하우를 퍼뜨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IAAF와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가 물샐 틈 없는 도핑테스트가 대회성공의 큰 요소임을 잘 알고 있으니 그 결과를 지켜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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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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