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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경선칼럼]공무원 100만, 국민들 허리 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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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100만명이 코앞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국가 및 지방 공무원은 모두 98만7754명. 올해 새로 채용될 인원은 2만2839명. 정년퇴직 등 자연 감소를 감안하더라도 금년 말이면 1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국민 50명에 한 명꼴이다. '공무원의 나라'로 불러도 되지 싶다.

역대 정부는 작은 정부를 지향했다. 김대중 정부는 약속을 지켰다. 1997년 93만5759명이던 공무원은 임기가 끝날 즈음인 2002년에는 88만9993명으로 4만5766명이 줄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 들어 급격히 늘어났다. 2007년 말 96만3132명으로 7만3139명이나 늘었다.
이명박 정부도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내세우며 정부 조직을 개편하는 등 출범 초에는 슬림화에 의욕을 보였다. 그 결과는? 지난해까지 3년 사이에 2만4622명이 증가했다. 당장 지난주에도 올해 1060명을 비롯해 2014년까지 7000명의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을 늘리겠다고 했다. 말과는 달리 정부 조직은 점점 비대해지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한다. 수요가 늘면서 복지와 소방 분야 등은 인력난이 심하다는 것이다. 수긍할 구석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순서가 틀렸다. 수요가 줄어 빈둥거리며 세금을 축내는 공무원은 없는지, 구조조정을 통해 인력을 재배치하는 게 먼저다. 그러고도 일손이 부족하다고 한다면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복지공무원의 경우를 보자. 복지사업은 현재 보건복지부 156개, 여성가족부 36개, 고용노동부 23개 등 13개 부처 292개 사업으로 나뉘어 있다. 사회복지통합관리망은 복지부가, 복지정보공유시스템은 행정안전부가 맡고 있다. 복지 대상 선정기준도 41개나 된다. 담당 공무원도 잘 모른다고 할 만큼 업무가 여기저기 복잡하게 얽혀 있다.
여러 부처, 수백 개에 이르는 복잡다기한 업무를 분야별로 일원화하고 체계화한다면 수를 늘리지 않고도 효율화할 여지가 얼마든지 있지 않은가. '공무원의 수는 해야 할 업무의 경중이나 그 유무에 관계없이 일정 비율로 늘어난다'는 '파킨슨 법칙'이 괜한 얘기가 아니다.

수가 늘어난 만큼 행정의 질과 서비스가 나아지고 국가경쟁력이 높아졌다면 또 모른다. 스위스 세계경제포럼(WEF)이 매긴 2010년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 순위는 22위다. 2007년 11위에서 2008년 13위, 2009년 19위로 3년 연속 하락했다. 여기에 툭하면 터져 나오는 공무원들의 갖가지 비리와 부정부패…. 누구를 위한 증원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정부는 많은 편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자료를 들어 총고용에서 차지하는 정부 부문 비중이 5.7%로 OECD 평균 15%에 훨씬 못 미친다는 것이다. 하지만 상당수 OECD 국가들은 직업군인이나 정부에서 고용한 시간제 비정규직도 공무원으로 친다. 그럴 경우 우리도 200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결코 적은 게 아니다.

공무원 증원은 신중히 해야 한다. 공무원은 특별한 잘못이 없는 한 정년까지 신분이 보장된다. 한번 뽑으면 좀체 줄이기 어렵다. 게다가 월급은 국민들 주머니에서 나간다. 월급에 연금으로, 그만둔 후에도 세금으로 부양하는 셈이다. 재정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공무원이 늘면 규제와 개입이 늘어 경제활동을 위축시키는 등의 부작용도 지나칠 수 없다.

세상이 변하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구도 줄고 경제 활력도 떨어지고 있다. 반면 정보화는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고 있다. 행정수요의 환경이 빠르게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흐름에 걸맞은 정부 조직과 기능의 재검토, 인력의 재배치 등이 급하다. 이대로 가다간 공무원 먹여 살리느라 국민들 허리 휠 날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어경선 논설위원 euh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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