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와의 상생·환경파괴 우려 등 고비 넘어야
CJ그룹은 지난 2006년부터 인천 옹진군 덕적면에 위치한 작은 섬 굴업도에 골프장과 리조트 등 관광단지 개발을 추진해 왔다. 이를 위해 자회사 씨앤아이(C&I)를 설립하고 꾸준히 땅을 사들여 현재 굴업도 땅의 98%(172만6912㎡)를 소유하고 있다.
지난해 6ㆍ2 지방선거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환경 파괴 우려가 높다'는 시민ㆍ환경단체들의 주장에 우호적인 입장을 보여 온 송영길 시장이 당선됐기 때문이다.
CJ그룹은 결국 "통과 가능성이 없다"는 판단 하에 관광단지 지정 신청을 자진 철회해 한때 사업을 포기했다는 얘기까지 들렸었다.
송 시장은 서해안 도서 일대의 해양 관광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정책적 바탕위에 주민들의 개발 청원 등이 맞물리면서 당초의 개발 반대 방침에서 "친환경적 개발 쪽으로 타협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바꿨다.
이와 관련 송 시장은 최근 민주당과의 당정협의회에서 "해양관광에 대한 필요성이 절실해지고 있다"며 "굴업도 개발 문제도 이 틀 안에서 다각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덩달아 시 집행부와 인천시의원들도 최근 현지 시찰을 통해 주민 의견 수렴에 나서는 등 굴업도 개발을 위한 '군불 때기'에 나서고 있다.
개발 당사자인 CJ그룹 입장에선 '불감청 고소원'(不敢請 固所願-감히 청하지는 못하지만 바라던 것이다), '어부지리'(魚夫之利)이라는 옛 말이 저절로 떠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남은 걸림돌은 환경 파괴에 대한 우려를 어떻게 불식시키느냐다. 굴업도에 살고 있는 매,먹구렁이,황조롱이 등의 멸종위기 야생동물과 천연기념물, 생태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충분한 자연 환경을 보존하면서도 손익 분기점을 넘을 수 있는 상업적 가치를 지닌 관광단지 개발에 성공한다는 것은 창과 방패의 패러독스를 떠올리게 한다.
'지역 사회와의 상생'도 과제다. 재벌그룹이 거대한 섬 하나를 통째로 사서 사유화 한다는 것은 비좁은 땅에서 사는 탓인지 유난히 부동산에 민감한 우리 사회에서도 쉽게 용납되지 않는 민감한 사안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성남 씨앤아이 대표가 최근 인천시의회에서 "CJ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굴업도를 개발한다"고 한 말은 '상생'과 영 거리가 멀다. 자세부터 바꿔야 한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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