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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고액연봉 지급 논란, 은행권의 판정승으로 끝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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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깎아야 한다 vs 깎으면 고급 인력 유출된다”

2008년 금융위기 발생이후 위기의 진원지였던 은행권의 고액 연봉을 깎자는 주장이 미국과 유럽에서 많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은행 장 등의 연봉을 깎는 것을 포함해 은행개혁이 추진됐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변죽만 올리고 핵심 사안이던 연봉삭감은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은행권이 금융당국에 대해 판정승을 거둔 셈이다. 그러나 고액 연봉이 꼭 은행 수입 증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은행 투자자들도 자기 몫을 더 달라고 요구할 할 태세여서 은행권의 고액 연봉이 계속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 같다.
◆세계 5대 투자은행 직원 1인당 연봉 40만3000달러=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에볼루션 시큐러티즈(Evolution Securities)의 조사를 인용, 골드만삭스,UBS, 크레디 스위스, 도이체 방크, 모건 스탠리 등 세계 5대 투자은행의 지난 해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은 40만3000달러라고 15일 보도했다.

이는 4만 달러인 미국과 영국의 소득의 10배나 되는 금액으로 우수 인력을 은행으로 끌어들이는 데 필요한 것보다 지나치게 많은 프리미엄이라고 경제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은행부문은 지난 30년 동안 폭발적으로 성장했으며 당연히도 보너스 또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구직 컨설팅 업체인 로버트 월터스가 벌인 글로벌 연봉 조사에 따르면 오피스 매니저는 15%의 프리미엄을 받고, 정보기술 전문가는 최고 30%를 받는다. 이것이 인건비가 총수입의 65~80%를 차지하는 은행 산업의 인당 인건비를 올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은행 고위 간부들에게 교사나 경찰,의사보다 고액연봉을 지급하는 것에 대해 로열 뱅크 오브 스코틀랜드 총재인 필립 햄턴 경은 “은행업은 일반인이 상상하기 어려운 돈을 다루는 아주 전문화된 직업”이라면서 “고객은 자기 돈이 제대로 관리되기를 원한다”고 옹호했다.

그는 “연봉체계보다는 감독소홀이 금융위기에서 돈을 지키지 못한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은행간부 “연봉 깎으면 인력 빼앗긴다”=은행간부들은 고액 연봉을 받는 데 대해 “치열한 인재 영입 경쟁 탓에 한 개의 기관이나 시장이 일방으로 연봉을 내릴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주장은 간단하다. 은행의 전문가들은 전세계 금융시장에서 수요가 많아 자리를 옮기기 쉽다. 현 시세보다 조금만 덜 준다면 가장 실적인 좋은 우수한 인력을 경쟁사에 빼앗긴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스위스의 UBS가 좋은 예라고 지적한다. 스위스 금융당국의 압력에 굴복해 금융위기 당시 보너스 풀(bonus pool)을 80% 깎았더니 수 천 명의 직원을 읽어 그룹이 거의 붕괴지경에 이르렀다고 주장한다. 영국의 RBS의 스티븐 헤스터 최고경영자(CEO)는 “우수 직원 1000명을 더 많이 주는 경쟁사에 빼앗겨 최대 10억 파운드의 수입이 줄어드는 대가를 치렀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액연봉이 곧 은행 수입 증가 아니다”=은행의 고액 연봉자 중에는 ‘스타’ 트레이더도 있지만 실적이 형편없는 직원들도 들어 있다는 게 문제다.

이 때문에 고액연봉이 곧 은행 수입 증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은행 수입은 직원 연봉만큼 늘지 않고 오히려 줄기도 한다.

바클레이즈 캐피털의 경우 직원 1인당 연봉은 2009년 19만1000파운드에서 2010년 22만9000파운드로 늘어났다. 그러나 은행 매출은 179억 파운드에서 133억 파운드로 무려 25.7% 줄어들었다.

골드만삭스의 경우 직원인당 평균연봉은 2009년 49만8000달러에서 2010년 43만1000달러로 줄었지만 은행 수입은 452억 달러에서 392억 달러로 13.3%가 감소했다.

물론 연봉이 줄면 사기저하나 우수 직원의 이직으로 매출이 줄어들기도 한다. 크레디 스위스의 경우 직원 1인당 연봉이 2009년 45만3000 스위스 프랑에서 지난 해 39만3000 스위스 프랑으로 13.2% 감소했는데 은행 수입은 205억 스위스 프랑에서 162억 스위스 프랑으로 무려 21%나 감소했다.

◆로비 등에 따른 입법실패로 연봉 치솟아=대중들의 강한 요구에도 유럽과 북미지역에서는 연봉체계를 대수술할 법안을 만들지 못했다. 이는 은행 간부들이 가혹한 단속은 금융중심지에 회복불능의 해를 끼칠 수 있다고 설득했음을 의미한다.

영국의 바클레이즈 캐피털,HSBC 등은 정부가 강경자세를 유지하면 영국을 떠나겠다고 늘 협박해왔다. 미국에서는 연봉규제는 당국의 감독을 받지 않는 헤지펀드와 사모펀드 등의 그림자은행(shadow banking system)을 조장한다고 주장해왔다.

규제 당국도 핵심문제인 ‘연봉’ 문제를 피했다. 대신 주변 문제만 건드렸다. 금융당국은 은행의 단기수익보다 은행의 장기건전성에 더 높은 점수를 주어 위기를 초래하는 은행의 지나친 위험감수(risk-taking)를 제한하려 했다.

유럽에서는 금융당국은 은행 고위 간부의 보너스 중 현금 부분을 최고 20%로 제한하고, 나머지는 주식을 기반으로 하는 보수로써 수년간 지급하도록 했다.

미국은 덜 엄격하지만 비슷한 방안을 제시했다. 다시 말해 은행 임원들의 보너스 절반은 3년간 이월하고, 리스크를 많이 지는 직원에 대한 특별조치를 취했다. 물론 이런 조치들은 많은 불만을 낳았고 비용도 초래했다.

◆투자자 배당 더 요구해 연봉수준 내려갈 듯=보수체계가 현재의 높은 수준에서 그대로 유지될 것 같지는 않다.

이는 고액 연봉에 입을 다물고 있던 은행 투자자들이 이익이 줄어드는 데 대응해 라 비용통제를 강화하고, 보너스 지급전 이익에서 더 많은 부분을 요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자산운용과 같은 변동성이 덜 심한 사업분야로 자원과 인력이 이동하는 것도 전체 연봉수준을 낮추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리스크를 더 많이 감수했던 만큼 위기전에는 수입과 이익이 많았고 따라서 연봉도 올랐는데 연봉을 깎는다면 그 반대 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법률회사 존스데이(Jones Day) 파트너인 로버트 프러퓨섹은 “이런 이유에서 인재들이 규제를 받지 않은 환경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고 전문가들이 수십억 달러를 버는 그림자 금융쪽에 인력을 빼앗기는 것은 이미 가속화하고 있다. 한 유럽 투자은행 최고 경영자는 “위기 전에는 연간 필요 인력의 80~90%를 채용했으나 요즘은 겨우 60%만 채용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연봉을 사업 비용으로 간주하는 은행 경영진들은 보너스를 둘러싼 내부반발을 감수하기보다는 일자리와 전체 사업을 줄이는 것을 택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수익성 감소는 주주들이 전리품을 좀 더 공정하게 배분할 것을 요구하게 할 지도 모른다. 다시 말해 보너스 지급 전 이익의 많은 부분을 지급할 것을 요구할 것이기 때문에 연봉수준이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없다는 뜻이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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