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1년 전만 해도 삼성은 LG에 대해 종종 "잘 써 주세요"라며 "LG라는 경쟁자가 있어야 삼성이 더욱 긴장감을 갖고 자만하지 않는다"고 말하곤 했다. 그런데 1년만에 LG에서 현대차로 바뀐 것이다.
며칠 전 삼성전자의 탕정 LCD 사업장에서 연이어 2명의 직원이 자살했다는 뉴스가 화제가 된 바 있다. 역시 삼성이라는 이름이 붙다 보니 검색어 1위로 오르고 삼성은 후속대책으로 스트레스 검진 체계화 등이 발표되곤 했다. 20만명이 넘는 임직원의 삼성에 크고 작은 사건이 없을 수 있을까. 결국 삼성은 이름값에 대한 대가를 항상 치를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은 지난해 말부터 직원 간 소통 창구인 마이싱글의 외부 접속을 차단했다. 매일 업데이트 되고 초기 화면이 언론 등에 공개되면서 삼성의 '오늘 하루'가 그대로 노출돼 왔던 게 이제 더이상 볼 수 없게 됐다.
삼성 고위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의 해외 출장 일정도 너무 오픈되고 있다. 회사측에선 만에 하나 테러 등의 예상치 못한 부분에 대해 걱정이 많다"며 언론의 이 회장에 대한 과도한 집착(?)에 우려를 표명했다. 따지면 맞는 말이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싸움이 자신과의 싸움이다. 스스로를 이겨내야 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지는 개개인 스스로를 생각하면 쉽게 와 닿을 것이다. 지금 삼성은 자신과의 처절한 싸움에 빠졌다. "자만하지 말라, 잘 나갈 때 우쭐대지 말자, 조금 더 정신 차리고 더욱 긴장해야 한다…"는 말이 줄기차게 나오는 게 이의 방증이다. 삼성을 바라보는, 삼성에 의지하는, 또는 삼성을 시기하는 그런 눈들이 너무 많은 것도 중요한 이유가 될 것이다. 한때 '삼성=또 하나의 가족'이라는 광고 캠페인이 너무 먹혀서 그만큼 부담감이 커졌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오고 있다. 삼성의 대항마가 없긴 없다. 과도한 관심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삼성이 점차 문을 닫는 것도 이해가 된다. 적당한(?) 선에서의 관심, 적당한 선에서의 공개를 따져봐야 할 시기이다.
지금 삼성이 펼치고 있는 '자신과의 싸움'을 묵묵히 애정어린 눈길로 바라봐 주는 공감대를 끌어낼 순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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