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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신한사태, 양보의 지혜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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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전 사장과 이백순 신한은행장이 지난 4일 극적인 대타협을 이뤘다. 신 전 사장은 사장직에서 물러나는 대신 이 행장은 검찰에 제출한 고소를 취하하는 데 양자가 합의했다. 3개월여를 팽팽하게 맞섰던 상황을 감안하면 두 사람의 결단은 '조직이 더 이상 망가져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이뤄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물론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 30년 가까운 세월에 걸쳐 '신한웨이'를 만들고 쌓아 놓은 '금융의 삼성'이라는 명예가 하루아침에 무너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늦어도 한참 늦은 결단이다. 애초 사건이 불거지기 전에 물밑에서 두 사람이 타협했다면 좋았을 것을. 금융감독원의 종합검사 전에라도, 아니 당장 1주일 전으로 돌아가 검찰의 소환조사 전에만 타협안이 나왔다면 모양새가 더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늦었다고 판단할 때가 가장 빠른 시점일 수도 있다.

지난 주말 신한 고위 임원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조 부장, 정말이야. 이거 맞는 거지." 두 사람의 극적인 타협이 사실인지를 묻는 그 임원의 목소리는 상기돼 있었고, 3개월 동안 그를 짓누르던 자괴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두 사람이 이뤄낸 타협은 늦었지만 가장 현명한 결단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그렇다고 두 사람의 타협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없는 법. 아니 넘어야 할 산이 한두 개가 아니다.
당장 흐트러진 조직을 정비하기 위해 신한 특별위원회는 조직개편을 서둘러야 한다. 무엇보다 인사를 통해 침체된 조직의 분위기를 혁신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소위 신 사장 사람들이 받는 불이익이 없도록 '탕평 인사' 원칙도 지켜져야 한다. 무엇보다 이번 인사를 세대 교체의 기회로 삼는 지혜도 필요하다.

신한 사태에도 불구하고 신한금융은 올해 2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거둘 것이 확실해 보인다. 이번 인사의 가장 큰 기준을 '성과주의'로 정하면 어떨까. 조직이 분열된 와중에도 영업에 전념해 본업을 게을리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장래의 신한을 책임질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과제도 남아 있다. 주주들 간의 앙금도 털어내야 한다. 이번 사태를 통해 신한 개국공신 일본인 주주들도 깊은 상처를 받았다. 신한금융 임직원들은 창업공신인 일본인 주주들에 대한 예우에 한치의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일본인 주주들도 환골탈태하는 새로운 신한호에 힘을 보태야 한다.

이제 신한금융은 글로벌 뱅크를 향해 뛰어야 한다. 신한 임직원들이 다시 한번 이 아픔을 성장의 동력으로 만들도록 후원자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 주주들이 법원에 접수한 각종 고소고발을 취하하고 신 전 사장과 이 행장의 화해에 동참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양자의 화해가 어려웠다는 점을 감안해 3인 동반퇴진 주장도 재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냉소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노동조합도 화해에 참여했으면 한다. 어렵게 도출한 화해의 결과가 퇴색되지 않도록 노조도 나서야 모양새가 좋다. 검찰 조사 결과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먼저 땅에 떨어진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는 차원에서라도 노조가 적극적으로 조직 안정을 주도하면 어떨까.

이번 시련을 반면교사의 기회로 삼는다면 '신한 웨이'는 한 단계 레벨업된 '금융경영론'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신한금융그룹의 주주부터 임직원 모두가 늦게나마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조영훈 부국장 겸 금융부장 dubb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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