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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 실패한 어느 구청장의 '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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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한 구청장 비서실 30일 오후 그동안 붐 비던 비서실 사람들 발길 끊겨 ...송파, 종로,서초구청장 불출마 선언 한 곳도 마찬가지일 듯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30일 오후 서울시내 한 현역 구청장실.

이 구청장은 한나라당 소속이지만 이번 공천을 받지 못했다. 지역구의원과 관계가 워낙 나빠 일찍 공천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 지배적 의견이었다.
그러나 이 구청장은 지역구 의원보다 중앙당 차원에서 생환을 기대하면 백방으로 뛰었으나 결국 공천에서 '칼 자루'를 쥔 지구당 위원장이자 현역 의원의 위력을 실감하며 눈물을 떨구고 말았다.

결과는 당연히 공천 탈락.

이 구청장으로서는 하루 하루가 인정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때론 분노하며 어떻게 해서 보복을 할 것인가를 놓고 고심에 고심을 하고 있다.
당장 "무소속으로 나가야 하느냐?" 아니면 "다음번 공천때 공천 경쟁을 펼쳐 멋있게 금뱃지를 달고 금의환향할 것인가?.. 등 등

생각만으론 수십권 소설을 써낼 수 있을 것같다.

그러나 현실은 현실. 정신을 차리고 냉정하게 접근해야 한다.

주변 사람들은 무조건 무소속 출마를 권한다. "나가면 그동안 4년간 쌓아놓은 조직이 있기 때문에 당선될 수 있다"고 꼬신다.

그렇다고 무책임한 이런 사탕발림에 그대로 나갔다가 패가망신할 수 있어 그러지도 이러지도 못한 신세다.

이렇다 보니 당장 찾아오는 사람부터 확 줄었다.

특히 공천 발표가 나던 날 오후 6시경. 공무원들이 썰물처럼 퇴근을 했다는 씁쓸한 소식도 들린다.

이 구청장이 공천을 받았다면 그 시간에 퇴근하는 직원은 많지 않다.

그러나 현 구청장이 공천에서 실패했다고 하니 '이제 잘 보일 일 없다'는 식이다.

벌써 부하 공무원부터 이런 행태를 보이니 주민들은 어떻겠는가?

주민들 특히 구청장 지지자들도 하나 둘씩 발 길을 끊는다.

괜히 이 구청장과 가까이 하는 사람으로 차기 구청장 사람들에게 낙인 찍힐 경우 좋지 않기 때문이다.

"이 것이 세상 인심이다"라고 자위하지만 구청장과 비서실 식구들 모두 씁쓸한 표정만 지을 수 밖에 없어 보인다.

현역 구청장은 지역 최고 사령관이다. 4년간 1200~1300여명의 직원들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은 물론 지역 유지라는 사람들이 서로 만나려고 하는 사람이 바로 구청장이다.

이런 대접을 받다가 갑자기 사람들 발길이 끊기게 되면 당분간 공허감과 무력감에 빠져들 것이다.

특히 정치를 경험해보지 못했던 구청장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그러나 '시련을 겪으면서 성장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공천 경쟁에서 탈락한 이 구청장이 그럴진데 가장 먼저 지난달 2일 불출마을 선언한 김영순 송파구청장과 김충용 종로구청장, 박성중 서초구청장실 모습이 어떨지는 가 보지 않아도 그림이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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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일 기자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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