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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우의 세상엿보기] 심장은 죄가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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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 송명근 교수가 유명세의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고 있다. 한 해 4만여명에 이른다는 돌연사 사망자. 그 중에서도 특히 예민한 심장의 소생을 위해 획기적 수술법을 개발했던 죄다.

심장판막이 제대로 열리고 닫히지 않으면 심장은 선택권이 별로 없었던 시대가 있었다. 인공판막으로 교체하는 '판막치환술'이 최선으로, 검증된 수술이긴 하나 계속 혈전제를 복용해야 하고 출혈위험도 따랐다. 때문에 송 교수는 인공판막을 쓰지 않고 약을 먹지 않아도 되는 독자적인 수술법(카바ㆍCARVAR)을 개발했던 것이다. 자신이 창안한 수술법과 스스로 고안한 의료기로 큰 돈을 벌었고, 10여년간 모았던 재산을 사후 기부하기로 결정했던 의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불거진 새 수술법에 대한 안전성 공방은 관전하는 심약한 이들로 하여금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판막수술환자 다섯 중의 하나가 송 교수의 손에 달렸고, 판막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니 본의 아니게 업계(?)에서 눈엣가시 같은 존재가 돼 버렸다. 인공심장판막의 세계시장이 1조5000억원이 넘는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그의 도전은 참으로 의미심장한 도전이었다. 그런데 동료교수들이 안전성을 이유로 제동을 걸었다는 것은 송 교수에게 충격이다.

그 지적이 양심선언이냐 동료의 배신이냐의 갈림길에서 해고통보를 받은 두 교수. 나아가 수술 중단을 권고하는 의료단체의 의견까지 겹치며 점입가경이다. 중재자 역할을 해야 될 기관들까지 송 교수의 반대편에 선 배경은 과연 무엇일까? 그의 추정대로라면, 한때 기술이전을 애걸했던 판막회사가 배후조종 의심을 받을 만하다.  게다가 유럽연합(EU)의 CE인증을 받은 그의 '카바 세트(CARVAR SET)'란 의료기를 두고 해석차이가 분분하다. 건강보험 적용의 근거로 할 수 있는지 여부와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예약 환자가 매주 20여명에 이를 만큼 명의로 알려져서 시샘의 대상이 될 수 있고, 그가 취할 행보를 우려하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당장 생명에 위협을 받는 심약한 환자들의 심장이 떨고 있는데, 길게 논쟁하는 것은 한가한 공방일 뿐이다. 결과적으론 수술방식이 아니라 시술받은 당사자의 후유증 유무가 핵심이다.

반면 올해 송 교수의 수술과정에 참관했던 외국인 의사 6명의 평가는 찬사일색이다. 그들은 동물실습과 수술 참관 등 판막 성형수술에 대한 교육을 받은 후 "세계 심장판막 수술의 판도를 뒤바꿀 신기술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며 또 하나의 '한류수술' 가능성을 예감했다. 그러나 검증을 한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안전성이 확보될 때까지'란 단서를 붙여 시술을 잠정 중지하는 게 좋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의학은 언제나 '왕따'들에 의해 발전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자칭 왕따 교수. '수술 후 10년 생존율 97%'를 자랑하는 그에게 나머지 3%의 사망률을 문제 삼고 있는 냉혹한 현실. 물론 그런 식의 통계조차 자의성이 개입된 결과라고 반박하니 비전문가는 어느 편이 진실인지 헷갈린다.

송 교수를 둘러싼 삿대질의 의도가 어떻든 간에, 그러잖아도 두려운 마음으로 수술실에 다가설 환자들의 심장박동은 더욱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다. 한 걸음씩 뒤로 물러서는 게 진정 의도(醫道)를 구현하며 같이 사는 길이다.

이미 무소유의 길을 걷기로 공언했던 송 교수의 자존심에 난 상처가 결코 작진 않으리. 오직 국민을 믿고, 수만명 심장병환자들의 불안을 덜어준다는 차원에서 보면 열린 마음으로 제3의 검증라인에 서는 것이 죄 없는 심장을 위한 대승적인 자세가 아닐까. 심장은 진실을 알고 있다.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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