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사 "비거리와 방향성 개선" vs 피팅전문가 "중심타격에 악영향"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김세영 기자] "꿈의 비거리를 제공한다."
골프용품업체들이 드라이버 광고에 자주 쓰는 문구다. 클럽메이커들은 신제품을 출시할 때 마다 기존 모델에 비해 20~ 30야드 이상 비거리를 증가시켰다고 홍보한다. 실제 골프채 제작에는 첨단 신소재는 물론 우주항공공학에나 적용되는 신기술까지 동원한 제작사들의 '기술전쟁'이 뜨겁다.
▲ "장척 드라이버, 藥이야~"= 아마추어골퍼들은 통상 44.5인치 샤프트를 사용한다. 테일러메이드가 최근 출시한 버너 슈퍼패스트 드라이버는 그러나 46.25인치, R9 슈퍼트라이는 45.25인치에 달한다. 투어스테이지의 뉴ViQ는 45.75인치, 나이키골프가 다음 달 출시할 SQ 마하스피드도 45.75인치다. 던롭의 신(新)젝시오도 46인치 샤프트를 장착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비거리 늘리기다. 해당 업체들은 이들 모델이 샤프트는 길어졌지만 조작성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김희재 테일러메이드 홍보팀장은 "공기역학적 디자인에 샤프트와 헤드 무게를 줄여 편안하게 휘두를 수 있다"고 말했다. 던롭과 투어스테이지는 어드레스에서 안정감을 주기 위해 샤프트가 시각적으로 짧게 보이는 디자인까지 고안해 냈다.
초장척 샤프트의 출현은 사실 빅헤드와 같은 맥락이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드라이버 헤드 사이즈는 평균 400~ 430cc에 머물렀지만 2006년 헤드 페이스 반발계수에 대한 제한 조치에 따라 지금은 460cc짜리가 일반적인 추세가 됐다. 업체들이 이번에는 장척샤프트를 비거리 증대의 새로운 돌파구로 선택한 셈이다.
▲ "무슨 궤변이야! 毒이지"= 하지만 피팅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장척 샤프트가 아마추어골퍼들에게는 안정성을 저해해 결과적으로 '毒'이 된다는 이야기다. 골프는 기본적으로 정확성의 게임이며 비거리도 중심타격을 했을 때 훨씬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아무리 에너지가 많아져도 정확하게 맞히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라는 것이 출발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아마추어골퍼들의 클럽을 피팅하면서 샤프트를 길게 하는 작업은 20% 불과하고 나머지 80%는 오히려 길이를 줄이는 것"이라며 "샤프트의 성능도 발달한다고 하지만 눈에 띌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프로골퍼들도 긴 드라이버 대신 짧은 채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캘러웨이는 지난해 45인치와 46인치 모델을 출시했지만 올해는 45인치 제품만 내놓고 있다. 김흥식 캘러웨이 마케팅 이사는 이에대해 "똑같은 제품에 2가지 옵션을 줘 본 결과 긴 채에 대한 반응이 좋지 않았다"면서 "국내 골프장은 특히 페어웨이 폭이 작고, 아웃오브바운스(OB) 구역이 많아 방향성에 대한 부담감이 큰 것도 한 요인"이라고 해석했다.
샤프트 길이가 늘어나면 비거리 성능이 월등히 향상될지도 의문이다. 전재홍 MFS 대표이사는 "몇 년 전 실험을 한 결과 1인치 길어졌을 때 비거리는 불과 4야드 증가했다"면서 "하지만 방향성은 확연하게 나쁘게 나타났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전 사장은 이어 "재미교포 앤서니 김은 일부러 그립을 짧게 잡는다. 대부분 세계 정상급 선수들은 44.5인치 안팎의 드라이버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
김세영 기자 freegol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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