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영피플&뉴앵글] 유학생들 단단히 뿔났다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최근 호주에서 유학생들이 단체로 거리에서 가두시위 행진을 벌인 적 있다. 시위대에는 인도와 중국 등 아시아권 국가들의 유학생이 대거 포함됐었다. 멜번대 대학원생이 주축이 된 시위대는 한손에 'FAIR FARE(공평한 요금)'이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멜번 시내에서 주(州)의사당까지 2㎞ 되는 거리를 천천히 행진했다.

큰 소란은 없었지만, 뜻밖의 유학생 시위대를 보고 적잖이 당황하는 시민들도 많았다. 공부만 하던 유학생들이 피켓을 들고 거리에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이 원한 건 딱 하나! 너무 비싼 대중교통 요금을 낮춰달라는 것이었다. 'FAIR FARE'라는 캐치프레이즈처럼 동등한 대우라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을 표출한 것이다.

[영피플&뉴앵글] 유학생들 단단히 뿔났다
AD
원본보기 아이콘

호주에는 버스와 기차, 트램 등의 대중교통 수단이 있는데, 모두 멧카드(Metcard) 한 장으로 이용할 수 있다. 우리로 치면 환승이 가능한 교통카드와 비슷하다. 하지만 이 멧 카드의 요금이 너무 비싼 게 문제다. 멜번만 해도 구간에 따라 하루 종일 탈 수 있는 '데일리 티켓'이 3.7~ 5.6A$(호주달러, 한화 약 3900~ 5900원)이고, 2시간 동안 이용 가능한 '투아워 티켓'이 2.3~ 3.3A$(약 2400~ 3500원)다.
그나마 이 요금은 시민권자에게 적용되는 할인요금이다. 할인을 받지 못하는 유학생· 관광객들의 요금은 터무니없이 비싸다. '데일리'가 6.8~ 10.6A$(약 7200~ 1만1200원), '투아워'가 3.7~ 5.8A$(약 3900~ 6100원)다. 많게는 할인요금 적용 시와 4A$(약 4200원) 이상 차이가 난다. 돈 없는 유학생들에겐 큰돈이다. 특히 멜번이 속한 빅토리아 주와 시드니가 속해 있는 NSW주에만 할인제도가 없어 유학생들의 불만이 이만저만 높은 게 아니다. 유학생들이 거리로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호주의 대중교통은 비싼 요금만이 문제가 아니다. '엿장수 마음대로'인 배차 간격은 때때로 화를 치밀어 오르게 한다. 구간에 따라 보통 15~ 20분마다 한 대씩 배치돼 있는 데다, 일요일· 공휴일 같은 경우 거의 1시간에 한대씩 오기 때문에 갑갑하단 생각이 들기 일쑤다. 미리 시간표를 확인해놓지 않아 정류소에서 허송세월을 보낸 것도 부지기수다. 호주 내에서 그나마 대중교통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는 시드니조차 시티와 본다이정션, 스트라스필드 등 극히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형편없는 수준이다.

한국에 살 땐 우리나라의 대중교통 수단이 싸고, 편리한 지 정말 몰랐다. 외출할 때면 도로 위 자동차들을 보며 '나도 빨리 차나 뽑아야 겠다'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호주에 와보니 한국의 대중교통이 그렇게 그리울 수 없다. 하염없이 버스를 기다릴 때면 나도 모르게 집 생각이 난다. 한때 호주 사람들의 '느릿한 생활'이 마냥 부러웠던 나이지만, 결국 나도 '빨리빨리'에 길들여진 한국 사람인가 보다.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포토] 오동운 후보 인사청문회... 수사·증여 논란 등 쟁점 오늘 오동운 공수처장 후보 인사청문회…'아빠·남편 찬스' '변호전력' 공격받을 듯 우원식,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 당선…추미애 탈락 이변

    #국내이슈

  • 골반 붙은 채 태어난 샴쌍둥이…"3년 만에 앉고 조금씩 설 수도" "학대와 성희롱 있었다"…왕관반납 미인대회 우승자 어머니 폭로 "1000엔 짜리 라멘 누가 먹겠냐"…'사중고' 버티는 일본 라멘집

    #해외이슈

  • '시스루 옷 입고 공식석상' 김주애 패션…"北여성들 충격받을 것" 이창수 신임 서울중앙지검장, 김 여사 수사 "법과 원칙 따라 제대로 진행" 햄버거에 비닐장갑…프랜차이즈 업체, 증거 회수한 뒤 ‘모르쇠’

    #포토PICK

  • 車수출, 절반이 미국행인데…韓 적자탈출 타깃될까 [르포]AWS 손잡은 현대차, 자율주행 시뮬레이션도 클라우드로 "역대 가장 강한 S클래스"…AMG S63E 퍼포먼스 국내 출시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한-캄보디아 정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 세계랭킹 2위 매킬로이 "결혼 생활 파탄이 났다" [뉴스속 용어]머스크, 엑스 검열에 대해 '체리 피킹'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