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 저 사람들 뭐야? 왜 저러는 거지?"
처음 스웨덴의 밤거리를 거니는 관광객들은 다른 나라에선 좀처럼 볼 수 없는 낯선 풍경에 흠칫 놀란다. 길거리를 다니는 사람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반짝거리는 야광 아이템을 옷과 가방 여기저기에 '덕지덕지' 붙이고 다니기 때문이다. '유행인가?' '취향인가?' 별별 생각을 다해보지만, 딱히 떠오르는 답은 없다. 하지만 크게 놀라지 않아도 된다. 그들이 야광 아이템을 곳곳에 붙이는 건 변태여서도, 유행이여서도 아니다. 단지, 겨울이 되면 최대 20시간까지 길어지는 스웨덴의 '긴 밤' 동안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한 행동일 뿐이다.
해 뜨는 시간은 12월 동지 때까지 조금씩 짧아진다. 동지 즈음엔 오전 9시 이후에나 뜬 해가 2시 반 이전에 지게 돼 밤만 무려 20시간 가까이 지속된다. 이 '칠흑 같은 어둠'의 겨울은 2월이 돼서야 조금씩 벗어날 수 있다. 스웨덴 사람들은 겨울에 접어들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눈을 기다리는데, 이는 눈이 오면 반사되는 빛 때문에 조금이나마 밝게 생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긴 밤'때문에 생겨난 '겨울나기 필수 아이템'이 있으니, 바로 '레플렉스(Reflex)’다. 한국말로는 '야광제품'쯤 되겠다. 한국으로 치면 어두운 곳에서 근무하는 환경미화원들의 '작업복', 야간 공사현장에 쓰이는 '반사표지판' 같은 것과 흡사하다. 한국에선 어둠이라는 위험에 노출된 특정직업 군에 한해 착용하는 안전장비가 스웨덴에선 '생활필수품'이 된 것이다. 특히 검정색 등 어두운 무채색 계열의 옷을 즐겨 입는 스웨덴 사람들이기에 레플렉스는 없어선 안 될 제품이다.
지난해 겨울 처음 스웨덴에 처음 왔을 때 나 역시 다른 관광객들처럼 이런 풍경이 너무 낯설기만 했다. 하지만 올 겨울 옷· 가방 등에 하트, 별, 리본, 공룡 모양의 레플렉스를 매달고 다니는 스웨덴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친근하게 느껴진다. 이곳에서 두 번째 겨울을 맞는 나 역시 일찌감치 학교에서 직사각형 모양의 구형 레플렉스를 받아 가방에 걸고 다닌다. 레플렉스를 보면 스웨덴 사람들의 생활 속 작은 지혜가 느껴진다. 겨울이 성큼 다가온 한국에서도 이런 레플렉스를 활용해 어둠 속에서 자신도 지키고, 멋도 내보는 '일석이조( 一石二鳥)'의 효과를 노려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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