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만남의 끝은 기약 없는 이별이었다. 1일 추석계기 남북 이산가족 2차 상봉행사의 작별상봉이 열린 금강산면회소는 눈물바다로 변했다.
○… "통일 될 때까지 꼭 살아계시라." 1일 오전 9시. 금강산 면회소 작별 상봉장. 최고령자인 김유중(100)할머니의 북쪽 딸인 리혜경(75)씨는 또 한 번의 만남을 이렇게 기약했다. 다시 만나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꼭 보겠다는 간절한 심정이 담겼다.
혜경 씨는 김 할머니 곁에 바짝 붙어 앉아 귀에 뭔가 속삭였고, 김 할머니는 "잘 사니까 걱정없다"면서 "오랫동안 잘 살면 돼"라고 답했다.
아들인 도성 씨는 "세계에서 최고령자가 114세인 일본 할머니인데 어머니가 기록을 깨시면 된다"며 "누님도 건강하시면 어머니를 다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먼저 버스에 올라탄 혜경 씨는 2호차 창 밖으로 머리를 내밀어 가족들이 어디 있는지 연신 두리번거렸다. 3 미터 정도 떨어진 거리에 휠체어를 탄 어머니 모습을 본 혜경씨는 손을 흔들며 "잘 계시라, 울지마세요"라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58년 전 가족 곁을 혼자 떠났듯 혜경씨는 그렇게 다시 머나먼 길에 올랐다.
○… 북쪽 남편 로준현(81)씨와 남쪽 아내 장정교(82)씨는 꼭 쥔 손을 놓지 않았다. 평생 수절한 아내는 말없이 눈물만 흘리면서 남편의 손에 얼굴을 묻기도 했다.
남쪽 아내가 "전화 연결할 수 있어요?"라고 묻자, 북쪽 남편은 안타까운 말투로 "안 돼, 안 돼"라고 했다. 남편 로 씨는 "왜 우리가 이렇게 만나야 되냐"면서 "언젠가 통일이 되면 그 때 손을 잡고…그게 진짜래"라고 달랬다.
아내는 "점심도 못 먹고 우짜노. 이래 갈 수가 있나"라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작별상봉이 마무리 되고, 북쪽 남편이 행사장을 나서는 순간 남쪽 아내는 북쪽 남편을 꼭 끌어않고 "이렇게 가는가?"라고 아쉬워했다.
○… 남쪽 시동생 서동국(66)씨는 북쪽 형수 송태임(78)씨에게 "제가 전립선암으로 3년밖에 살 수 없어요. 언제 또 만날 수 있겠습니까"라고 오열했다. 북쪽 형의 건강이 나빠 이번 행사에 오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배어났다. 동국 씨는 "16대 종손인 형이 북에 가 있는 바람에 내가 종손 노릇을 했다"며 "내가 죽으면 누가 집안을 돌보겠느냐"고 했다.
○…북쪽 아버지 전기봉(85)씨는 눈물을 흘리는 남쪽 딸 전향자(62)씨의 뺨을 쓰다듬고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주면서 "울지 말라, 웃어야 고와"라고 달랬다. 그는 또 남쪽 딸에게 "나 100살까지 살아. 병 없어"라고 안심시켰다. 그제야 남쪽 딸은 "우리 아버지는 멋쟁이야"라며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아버지가 작별종료 방송과 함께 행사장을 나서자, 남쪽 딸은 무너지듯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 남쪽 동생 충원(61)씨는 북쪽 형 최종원(75)씨와 형수 최복남 씨에게 "이제 헤어지면 언제 만나겠냐"며 "부모님과 누나가 형을 그리워하면서 돌아가셨다"고 두 손을 잡고 오열하다 의자에서 떨어져 졸도했다. 현장 응급조치 후 인근 금강산 병원으로 후송되는 중 정신을 차린 충원 씨는 "지금 병원에 가면 형과 형수를 더 볼 수 없으니 가지 않겠다"고 버티기도 했다. 결국 충원 씨는 현장 의료진의 응급처치를 받고 상봉종료 15분전 행사장에 돌아와 형과 형수의 손을 잡고 계속 통곡했다. 북쪽 형과 형수는 "아이고 우리 동생 심장병 있는데 더 나빠지겠다"면서 "우리 동생 진정 좀 시켜 달라"고 현장 의료진에게 부탁하기도 했다.
(금강산=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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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준 기자 hjunpar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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