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택 HD한국조선해양 AI실장 인터뷰
"삐-삐-"
울산 앞바다를 운항 중인 선박 항로에 다른 선박이 나타나자 조종실에 경고음이 울려 퍼졌다. 조타를 조정하니 경고음이 잠잠해지나 싶었는데, 이번엔 거센 파도로 배가 크게 흔들렸다.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갑자기 안개까지 자욱해져 시야를 가렸다. 극단적인 상황이 연달아 연출된 것은 실제 항해를 본떠 만든 가상 시뮬레이션이었기에 가능했다.
지난달 23일 방문한 경기 성남시 HD현대 글로벌R&D센터에는 선박 운항의 디지털 솔루션 개발을 돕는 디지털 융합 센터가 들어서 있다. 실제 항해 중에 일어날 수 있는 여러 상황을 가상 세계에서 시현함으로써 대처법을 고도화하는 역할을 한다. 연구소 관계자는 "엔진 등 선박에 들어가는 굵직한 장비를 거의 갖추고 있어 연구실 전체가 하나의 선박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선박 뒤편으로 만들어진 연구소 벽 한 편에는 거대한 모니터에 CCTV 화면이 송출된다. 최근 HD한국조선해양이 선보인 통합안전관제솔루션(HiCAMS)이다. HiCAMS는 선내 돌발 상황을 인공지능(AI)으로 자동 인식하는 시스템으로, 선박 운항 시 갑판원을 대신하는 AI 선원 역할을 하고 있다. 선박 내 CCTV가 촬영하는 화면을 HiCAMS 서버로 넣으면 돌발 상황을 자동으로 인식한다.
9개로 분할된 CCTV 화면에서는 파란색 네모 형태로 각 선원의 움직임을 따라가고 있었다. 갑자기 특정 공간에서 화재가 발생하자 이를 빨갛게 인식, 해당 화면을 크게 키워 ‘화재(Fire)’라고 알려줬다. 한 선원이 쓰러지자 넘어졌다는 뜻의 ‘폴다운(Fall down)’ 알림이 뜨기도 했다. 선박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상황을 즉각 구분해서 알려줬다.
HD한국조선해양이 개발한 통합안전관제솔루션(HiCAMS) 시연 모습. 작업자가 쓰러지자 '넘어짐(Fall down)' 상황이 발생했다는 알림이 떠 있다. [사진제공=HD한국조선해양]
원본보기 아이콘솔루션 개발 총괄을 맡은 김형택 HD한국조선해양 인텔리전트 AI실장은 "옥외구역의 컨테이너 유실, 미확인 물체의 침입 등 현재 갑판원이 직접 확인해야 탐지할 수 있는 이벤트도 CCTV를 통해 탐지할 수 있도록 했다"며 "조선소에도 관련 기능을 적용했는데, 이는 화재와 용접 시 발생하는 불꽃을 구분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HiCAMS와 함께 개발된 통합상태진단솔루션(HiCBM)은 AI가 선박 내 주요 기계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진단해 항해 중 고장 징후를 파악하는 기술이다. 예컨대 주요 회전기나 엔진의 베어링이 파손되거나 배기가스 온도가 급상승하는 등의 이상 징후를 탐지해 알린다. 김 실장은 "지금껏 장비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솔루션을 도입해야 했다면, HiCBM은 하나의 프로그램에서 장비의 상태를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HD현대는 AI에 기반해 선박 운항을 관리할 수 있는 솔루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AI 기반 탄소 배출 모니터링 시스템 ‘오션와이즈’와 전 사업에 AI를 도입한다는 ‘HD-GPT’ 전략 등 조선 산업에서의 AI 활용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김 실장은 "선박 운항에 필요한 많은 업무를 단계적으로 AI가 대체할 수 있도록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선박과 선원의 안전을 지키는, 진정한 의미의 자율운항 선박을 실제 구현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성민 기자 minut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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