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15위권 내에 있는 제약ㆍ바이오 종목은 9개에 이른다. 10위권 내로만 봐도 6개 종목이 제약ㆍ바이오다. 특히 시총 1위부터 3위까지가 모두 제약ㆍ바이오 종목이다. 지난 6일 상장한 티슈진은 단숨에 코스닥 시총 5위에 자리했다. 지난주에는 CJ E&M을 제치고 4위에 오르기도 했다. 증권업계에서는 현재 코스닥 시총 3위인 신라젠을 커버리지 대상으로 편입하지 않은 애널리스트들이 사내 징계를 받을 것이라는 말조차 들렸다.
코스닥이 급등세를 지속하자 해외 언론도 버블 경고에 나섰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특히 제약ㆍ바이오 테마주의 급등이 2000년대 초반 한국의 IT 버블을 연상시킨다고도 했다.
2000년 무렵 IT 버블의 대표주자였던 새롬기술의 주가는 상장 반년 만에 약 150배 올랐다. 아직도 깨지지 않은 역대 최고상승률 기록이다. 시총은 한때 5조원을 넘기도 했다. 하지만 1999년 8월 2575원에서 2000년 2월 30만800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그해 12월 5500원으로 급락했다. 결국 새롬기술 창업자는 분식회계 혐의가 드러나 법정 구속됐고 회사는 2001년 법정관리로 넘어갔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각 시대를 선도하는 산업, 각광받는 업종은 변한다. 2000년 당시는 인터넷이 전 국민의 관심사였다. 서울 강남역과 삼성역을 잇는 테헤란로를 중심으로 한 테헤란밸리라는 신기루에 홀려 있었다. 새롬기술, 골드뱅크를 비롯한 몇 개 회사들의 상장 후 대박은 크나큰 유혹이었다.
지금은 바이오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나만 터진다면 최소 수조원 대에 이르는 대박을 터트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팽배해 있다.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지난 2004년 인간 체세포를 이용한 배아줄기세포 배양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황우석 박사 열풍이 불면서 조아제약 주가는 1년 만에 40배 넘게 급등했다. 코스닥 시가총액 13위까지 올랐지만 거품이 꺼지면서 주가가 폭락했다. 또 2015년과 지난해 중순까지 바이오하면 한미약품을 떠올렸지만 지금은 코스닥 시총 1위 셀트리온이 대세다.
국내 증권사들도 최근 단기 급등에 대해 과열을 우려를 표하면서도 매수 의견을 놓지 않고 있다. 셀트리온의 경우 지난달 미국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목표주가를 8만원으로 제시했으나 국내 증권사들은 27만원까지 높여 잡았다.
어떤 전망이, 혹은 어떤 종목이 옳은 것인가에 대해서 현재로선 알 수 없다. 과거에는 맞다고 생각한 것이 현재에는 틀렸을 수 있고, 반대로 과거에는 틀렸다고 생각한 것이 현재 기준으로는 맞는 것일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버블 속에서도 생존해 톱에 오른 IT기업들은 존재한다. 2002년 상장한 NAVER는 현재 시총 26조원을 넘어서며 코스피 순위 7위에 올라섰다.
워런 버핏은 "주식투자의 성공은 비밀 공식이나 컴퓨터 프로그램, 각 종목과 주식시장의 가격이 보내는 신호에 좌우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주식시장의 전염성 강한 감정에 지배되지 않는 사고방식과 행동방식을 갖추고, 이와 더불어 훌륭한 판단력을 갖춘 투자자가 성공을 거둘 것"이라고 조언했다.
바이오는 투기자금이 수시로 몰려들고 주가 움직임도 변칙적인 대표적 업종이다. 이 때문에 투자자 스스로 판단 기준을 세워두지 않으면 시장심리에 쉽게 휩쓸리기 쉽다. 결국 투자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본인의 몫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인기 주식은 빠르게 상승한다. 그러나 희망과 허공만이 높은 주가를 지탱해주기 때문에 상승할 때처럼 빠르게 떨어진다"고 한 미국의 전설적인 펀드매니저 피터 린치의 경고를 다시 한 번 곱씹어보게 된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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