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수교 25주년이라지만 재중 한국기업과 교민들의 맘은 상당히 무겁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사태 이후 냉랭한 한중관계에 수교 25주년이 전환점이 돼 주지 않을까 하던 기대도 무산된 탓이다. 지난 수교 20주년 행사가 한중 양국 정부 공동으로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성대하게 치러지고 시진핑(習近平) 당시 국가부주석이 참석했던 것과는 달리 이번 25주년 행사는 양국 정부가 별도로 조용하게 치루는 모양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한한령(限韓令)으로 자취를 감추었던 한국 콘텐츠들이 되돌아 올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과 냉각기가 시작된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요 인터넷동영상플랫폼에는 한국 드라마들이 거의 등장하지 않았다. 그런데 중국 동영상공유사이트 '유쿠'와 아이치이 등에 최근 한국의 신작들이 조용히 올라오고 있다.
국내 게임업체가 개발해 전 세계 8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한 PC 게임 '배틀그라운드'도 게임 내 중국유저 비중이 24%로 가장 많은 사용자수를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 최대 인터넷기업 텐센트에서 인수와 투자의 러브콜까지 연이어 보내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7월까지 한국의 대중국 화장품 수출도 전년동기 대비 14.6% 증가했다. 요우커들의 한국행이 어려워지면서 보따리상들의 한국행이 늘고 국내 면세점에서의 1인당 화장품 구매량도 급격히 증가했다는 보도가 나온다. 한중 정부간 갈등이나 보복조치에도 불구하고 결국 경쟁력이 있고 필요로 하는 우리 상품들은 중국 소비자들이 능동적으로 찾아 나선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일본 업체들은 기술력, 서비스 업그레이드,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중국 시장에서 버텨냈고, 도요타ㆍ혼다 등 6대 자동차 회사의 중국내 신차 판매는 작년 최초로 400만대를 돌파했다. 우리가 멀리 보고 체질개선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중국은 우리가 이대로 돌아서기에는 너무 가깝고도 큰 시장이다.
박선경 한국무역협회 상해지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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