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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TA 글로벌리포트]슈퍼301조 지휘자의 한미FTA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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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민석 한국무역협회 워싱턴지부장

추민석 한국무역협회 워싱턴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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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얼마전 워싱턴 현지의 한 로펌이 개최한 모임에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지낸 칼라 힐스를 만났다. 그녀는 1980년대 후반 슈퍼 301조라는 강력한 무기로 시장개방을 압박해 우리 통상관료들을 매우 난처하게 만들었던 인물이다. 그녀는 한국이 자기가 현직에 있을 때보다 훨씬 많은 시장개방을 이루었으며, 특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양국 관계가 크게 도약하는데 기여했다고 말했다.

칼라 힐스와의 만남을 계기로 최근 뜨거워지고 있는 한미통상 문제를 원점에서 생각해 보게 됐다. 그녀 말대로 우리나라는 그동안 시장개방에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둬왔고 무역과 통상 분야에서 글로벌 원칙과 룰을 잘 준수하고 있다. 그럼에도 트럼프 행정부는 우리더러 진입장벽을 더 낮추고 더 공정한 무역을 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런 미국을 어떻게 설득해야 할까. 책장에 꽂혀있는 오래된 자료를 찾아보았다. 1989년 무역협회가 워싱턴에서 주최한 한미재계회의에 참석했던 칼라 힐스 당시 USTR 대표의 연설이 최근 통상현안을 해결하는데 실마리를 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녀의 당시 연설 요지는 이렇다. "세계 각국이 무역 자유화와 경제적 번영으로 가느냐, 아니면 보호무역주의와 경제 침체로 가느냐의 갈림길에 직면해 있다. 지난 40년간 세계 무역자유화를 통해 경제발전의 혜택을 입은 나라들은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한국은 1987년 미국과의 교역에서 100억달러의 흑자를 거두었는데 왜 자국시장을 개방하지 않는가. 미국이 모든 나라에게 원하는 것은 공정(fair), 개방(open), 비차별(nondiscriminatory)의 원칙 아래 자유무역을 확대하는 것이다. 무역적자 확대로 미국 내에서 보호무역주의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지만 미국은 대외개방 기조를 변함없이 지켜갈 것이다." 이에 박동진 당시 주미대사는 한국이 시장개방을 계획대로 꾸준히 추진하고 있으니 통상 문제를 너무 정치 쟁점화하지 말고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 줄 것과 미국기업들 마케팅에 더욱 노력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한 세대가 지난 오늘 미국은 세계가 골고루 향유해야 할 자유무역의 혜택을 일부 국가가 불공정하게 이용함으로써 오히려 자신들의 삶이 더 힘들어졌다는 피해의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주요 교역국에 통상 압력을 가하는 한편, 대외 통상관계를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

현지 통상전문가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에 대해 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단지 정치적인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미국이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20개국 가운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국가(캐나다, 멕시코)를 제외하면 한국에 대한 무역수지 적자가 276억달러(2016년 기준)로 가장 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미국 철강업계는 한국이 중국산 철강재를 들여와 이를 가공한 후 미국에 우회 수출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출하고 있어 우리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반덤핑 제소는 더 빈번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심심찮게 들려온다.
미국은 수십년간 쌓여온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정치, 경제는 물론 안보문제 까지 끌어들이고 있다. 워싱턴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 정책으로 국내물가가 상승하더라도 미국인들은 이를 감내할 용의가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제 한미 통상문제는 단순히 무역수지 적자나 일자리 감소 등에 그치지 않고 한미 FTA로 직간접적 영향을 받는 미국 일반국민과 정치인들, 각 산업의 이해 득실, 행정부와 의회간 역학 관계, 한미 안보동맹에 대한 인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미 FTA 개정협상 논의를 앞두고 있는 이때 이같은 미국 내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인식변화의 흐름을 잘 이해하고, 정부와 산업계의 소통을 더욱 강화해 대미 협상전략과 대응논리를 함께 마련해 나가는 전략적 사고가 필요해 보인다.

추민석 한국무역협회 워싱턴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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