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북한의 호응 여부에 일희일비해서는 곤란하다. 우리의 선의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합의를 수시로 번복했고 핵무기를 개발해 민족의 공멸까지 걱정하도록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정부에서는 금방 통일이 될 것처럼 남북대화가 진전됐지만 지금까지 남아 기능하고 있는 성과는 별로 없다. 북한의 긍정적 답변을 기대하면서도 원칙을 훼손하지 않고 군사적 대비에 만전을 기하는 동시에 경제적 압박도 지속해야 하는 이유다. 문 대통령도 현무-2 미사일 시험발사를 참관한 후 "대화도 강한 국방력이 있을 때 가능하고, 포용정책도 우리가 북한을 압도할 안보능력이 있을 때 가능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끌려가는 대화는 우리의 안보태세만 약화시킬 뿐이다.
앞으로의 남북대화는 북한의 핵위협 해소에 기여하는 방향과 내용이어야 한다. 북핵은 한국을 일방적으로 굴종하게 만들거나 한반도를 핵전쟁터로 전락시켜 민족을 공멸시킬 수 있는 절대적 위협이기 때문이다. 엄연히 존재하는 핵과 미사일 위협을 논의하지 않은 채 남북대화를 지속할 수는 없다. 미국을 비롯한 우방국들이 우리의 대화 제의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이유다. 남북대화는 비핵화를 위한 국제적 조치의 효과를 상쇄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국가안보를 위험하게 만들지 않는 방향으로 미국을 비롯한 우방국과 조율된 가운데 추진되어야 한다.
확성기 방송 중단이나 연합훈련 축소 등 과감한 양보를 통해 남북대화를 성사시켜 평화의 단초를 구축하겠다고 접근한다면 위험하다. 과거에는 경제력이나 국제적 위상의 압도적 차이로 우리가 양보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북한이 '핵보유국'을 자처하면서 군사적 위협을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은 20개 정도의 핵무기를 개발한 상태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해 미국이 한국을 지원하면 핵미사일로 미국 본토의 도시를 공격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이로써 북한은 1973년 북베트남처럼 미국에 평화협정을 강요하고, 그 결과 남한을 고립시킨 후 적화통일을 노리고 있다. 우리가 양보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북한의 적화통일 의도를 단념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서로가 상응하게 양보해 진정한 평화를 만들어 나갈 때 남북대화는 의미가 있을 것이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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