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석해진 A씨 얼굴에 잠시 미소가 번지는 때는 매월 25일, 월급을 확인하는 바로 그 순간이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돈이 빠져나갈 곳은 많고 월급은 찔끔 오르고, 현실은 크게 나아지지 않는다. 남들은 얼마나 받을까. 다들 비슷한 삶을 살 것이라 생각하다가도 가끔씩 '남의 월급'이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매일 새벽 함께 버스를 타고 출근하는 이름 모를 그들, 퇴근길에 파김치가 돼서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며 '동병상련'의 기분을 느꼈건만, 평균 월급이 저 정도란 말인가…. 자신의 처지를 대입하면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뉴스에 나온 평균 월급보다 한 참 적은 액수를 받는 직장인들도 수두룩하다. "나는 평균이 아닌가 보네요." "이것저것 다 떼고 나면 200만원도 안 되는데." 평균 월급 관련 뉴스 뒤에는 언제나 자조 섞인 댓글이 이어진다.
예를 들어 억대의 월급을 받는 직장인과 쥐꼬리 수준의 월급을 받는 직장인의 월급을 계산해 평균을 내면 수치는 비정상적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다. 유사한 사례는 국회의원 평균재산 발표 때도 발견할 수 있다.
2013년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국회의원 평균 재산은 100억원에 육박하는 94억9000만원으로 나타났다. 평소 서민을 위한 정치 어쩌고 얘기하면서 고개를 숙이던 의원들이 그렇게 부자였다는 말인가.
관련 뉴스를 보며 배신감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의원들의 재산 역시 '통계의 함정'과 맞닿아 있다. 당시 정몽준 의원이 신고한 재산은 1조9249억원에 달했다.
국회의원 평균 재산이 100억원에 육박하는 것처럼 나왔지만, 정 의원 재산을 제외하면 전체 평균은 20억원대로 대폭 줄었다. 통계에서 평균값은 '보통사람'을 대변하지 않는다.
월급을 둘러싼 통계도 마찬가지다. 사람은 자신의 처지와 무관하게 평균에 수렴하려는 심리를 보인다. 자신을 중산층으로 느끼는 이들도 평균 월급 관련 뉴스를 접하면 허탈한 심정을 가누기 어렵다.
통계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자 관련 뉴스를 멀리하면 좋으련만…. 남들은 얼마나 받는지에 대한 궁금증, 그 자연스러운 호기심을 어찌 막을 수 있겠는가.
류정민 산업부 차장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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