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부의 상징', '사모님 룩'으로 통하던 모피가 변신 중이다. 가격이 내려가고 스타일도 다양해지면서 젊은 소비자들 마음까지 사로잡은 것. 변화의 중심에 백화점 모피 바이어들이 있다. 이들은 '모피 트렌드 1번지' 백화점에서 상품 개발, 마케팅 등 전반을 아우른다.
'현장 근무 데이'엔 파트너사 찾아
직매입으로 품질 좋은 모피 선점
롯데백화점 상품본부는 매주 화·수·목요일을 '현장 근무 데이'로 운영한다. 해당 요일에 바이어들은 사무실을 벗어나 영업 점포와 파트너사를 찾는다. 눈코 뜰 새 없는 일상이다. 바이어의 실적은 숫자로 바로바로 드러난다. 정 바이어는 "직접 기획한 행사가 고객 니즈(needs)와 맞아 좋은 반응을 얻을 때, 협력사와 함께 대량으로 선보인 상품이 히트 칠 때 바이어로서 성취감을 느낀다"고 전했다. 반면 노력과 기대 대비 매출이 저조하면 힘이 쭉 빠진다. 전반적인 업계 상황도 녹록지 않다. 경기 침체 속 백화점은 고객 창출에 애먹고 있다. 사치품으로 인식되는 모피는 더욱 타격을 받았다.
위기 타개를 위해 변화는 필수다. 롯데백화점은 고객들에게 고품질 모피를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 과정에서 직매입을 도입했다. 정 바이어는 "올해도 품질 좋은 모피 상품을 선점하기 위해 파트너사와 사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젊은 고객들이 좋아할 만한 신규 브랜드 발굴도 게을리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고객 마음을 읽는 장사꾼' 정 바이어의 궁극적인 목표다. 그는 "패션 바이어는 본질적으로 고객들에게 상품과 서비스 모두를 판매하는 직업"이라며 "상품 개발과 더불어 판매, 유통, 마케팅 등까지 전체적으로 아우를 수 있는, 패션 회사 CEO란 생각으로 일하겠다"고 밝혔다.
팝업스토어 열고 젊은층 공략
해외 출장 통해 트렌드 탐색
◆"B+ 프리미엄을 경험하세요"=현대백화점은 최근 모피를 주제로 한 대규모 할인 행사, 팝업스토어 등을 앞장서 열고 있다. 타깃은 젊은 고객이다. 천호점 4층 팝업스토어는 총천연색 모피로 가득하다. 여러 색상이 교차된 상품, 등에 숫자가 있는 상품 등 디자인도 다양하다.
배정원 현대백화점 모피 바이어는 최근 모피 시장 3대 트렌드로 ▲유색 모피 강세 ▲소재의 다양화 ▲롱모피 매출 호조를 꼽았다. 배 바이어는 "과거 모피가 부의 상징으로써 30~50대 여성이 하나 정도씩은 소장하는 '워너비' 아이템이었다면, 요즘은 20대부터 50대까지 모든 연령층에게 사랑 받는 필수 패션 아이템으로 부상했다"며 "모피 색상이 늘어나고 밍크 외 폭스, 무스탕, 우븐 등 다른 소재를 믹스한 제품을 많이 찾는 모습도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수요가 늘었다고 소비자들 지갑 열기가 쉬워진 것은 결코 아니다. 배 바이어는 "모피는 전문성이 많이 요구되는 분야"라면서 "트렌드, 고객 니즈 파악을 위해 협력사, 관련 분야 종사자 등과의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년 2월 개최되는 홍콩 퍼 페어에도 빠짐없이 참석한다. 홍콩 등 해외 출장을 통해 트렌디한 모피 상품을 지속적으로 고객들에게 소개한다.
현대백화점 모피 상품의 키워드는 'B+ 프리미엄'이다. 합리적인 가격대이지만 프리미엄 모피에 견줘도 보온성 ·디자인이 떨어지지 않는 상품을 뜻한다. 배 바이어는 "현대백화점에서 모피를 사는 고객들이 B+ 프리미엄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상품의 좋은 방향성을 제안하고 모피 트렌드를 선도하는 바이어가 될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디자인 모피 브랜드 발굴 박차
인스타·블로그 등 '매의 눈' 관찰
◆SNS 입소문 난 숨은 브랜드 찾기=신세계백화점도 트렌드에 맞는 디자인 모피 브랜드를 활발히 도입하는 한편 팝업 매장을 적극 기획하고 있다. 이성미 신세계백화점 모피 바이어는 "클래식한 블랙 밍크보다 파스텔톤 유색 모피 반응이 뜨겁다"며 "또 롱패딩 열풍 속 무릎 밑까지 내려오는 긴 모피, 다른 소재(램, 폭스 등)와 섞은 모피의 매출 비중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신규 브랜드를 발굴하고 시시각각 변하는 업계 동향을 파악하는 것은 바이어의 숙명과도 같다. 이 바이어는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도 '매의 눈'으로 관찰한다. 온라인상에서 입소문 탄 '숨은 브랜드'를 찾아 오프라인으로 끌어내기 위해서다. 본인 손을 거쳐 고객들과 만난 브랜드가 '핫'해지면 그만큼 보람찬 일이 없다.
이 바이어는 "신선하고 차별화된 상품을 발굴·기획하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이라면서 "중장기적으론 새로운 장르도 하나 만들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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