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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규제현장⑧]두부 만들고 싶어도 콩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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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中企 규제 현장을 가다
농식품부 직배대두 공급 축소…2017년 이후 수입대두 부족 문제 해마다 반복
"직배공매 폐지하고 안정적 공급체계 구축해야"

국내 한 식품업체의 두부공장 모습.

국내 한 식품업체의 두부공장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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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3000t, 올해 두부 등 연식품을 만드는 수입 대두(콩)의 부족 물량이다. 필요한 물량의 39%가 부족한 상황이다. 두부 업계가 겪는 수입 대두 물량 부족 문제는 2017년부터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직배 대두 공급 축소로 매년 반복되고 있다. 연말이면 내년 물량을 조기 배정해 사용하는데 올해는 상반기부터 내년 물량을 당겨 사용하고 있을 정도다. aT 등 정부 지정기관이 물량을 수입해 지정 가격에 국내에 분배해 판매하는 직배 물량이 소진되면 최고가 경쟁 입찰 방식의 공매가 이뤄지는데 규모가 영세하고 자금력이 악한 중소기업은 낙찰을 받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두 사용량이 가장 많은 연식품의 경우 올해 직배 물량은 2017년의 62.6%에 불과하다. 5만7670t의 물량이 올해 3만6086t으로 확 쪼그라들었다. 이에 올해 연식품의 수입 대두 부족 물량은 업계 추산 3만3157t까지 늘었다. 수요가 있지만 원료가 없어서 생산을 못하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직배 물량이 축소돼 내년 물량을 미리 배정받는 왜곡된 구조가 반복되고 있어 기업들은 늘 공급 부족과 가동 중단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있을 수밖에 없다. 연식품뿐만 아니라 장류, 두유 등 대두를 활용하는 다양한 업종에서 정부의 직배 대두 축소 기조에 따른 경영 부담을 공통적으로 호소하고 있다.

대두는 농식품부가 aT를 통해 직접수입·분배하거나 수입권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실수요단체에 공급 중이다. 수입 대두 직배 물량 축소는 국산 콩 보호를 위해 추진됐다. 하지만 국산 콩은 작황에 따라 가격이 바뀌어 현재 직배 물량과 국산 콩 보호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더 큰 문제는 부족 물량을 입찰 방식의 공매로 판매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석원 광주전남연식품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직배 콩을 그대로 공급하면 될텐데 물량 줄인 만큼 입찰을 해 높은 가격을 써낸 곳이 가져가고 있다"며 "자금력이 있는 기업만 계속 물량을 받아 영세한 중소상공인에게는 불리한 방식인데 없애 달라고 지속적으로 건의해도 관련 부처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게다가 즉각적인 자금 회수가 가능한 직배와 달리 공매는 낙찰금 납입 이후 회수까지 2~3개월 이상 시간이 소요돼 기업들의 자금 운용에도 문제가 생긴다. 두부는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될 만큼 영세한 기업이 많은데 전국 1500여개 두부가공 업체가 이같은 공매 방식으로 인해 심각한 경영 애로를 겪고 있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물량이 부족하지만 원료 콩 공매를 받게 해 단가를 올리기도 어렵다"며 "기업을 굉장히 불편하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수입 대두 직배 물량 확대와 직배공매 제도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물량 부족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부족 물량 판매를 공매로 전환하고 있는 것은 수년째 애로를 호소하는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정책이 반복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김 이사장은 "직배 물량을 공매 도입 전 50년 동안 하던 방식대로 공급해 달라는 것"이라며 "직배 물량을 늘려 기존 공급 방법대로 하면되는데 그것을 안 하고 공매에 붙이는 것은 잘못된 정책을 인정하기 싫은 것이다. 기업들의 경영 애로가 심각하다"고 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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