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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정쩡한 카카오톡 메시지 삭제…카카오는 왜 이렇게 신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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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뉴스 군만두]
카카오톡 메시지 삭제 기능 도입…"흔적도 없애달라"는 불만 쇄도
카카오 "메시지 삭제, 발송 실수 일부를 보완하기 위한 기능"
'전송 취소' 아니라 '삭제'…삭제 흔적 없애는 건 검토 안 해
카카오가 두려워하는 것은 '신뢰 잃는 것'…업데이트에 신중한 이유

어정쩡한 카카오톡 메시지 삭제…카카오는 왜 이렇게 신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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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카카오톡에서 보낸 메시지를 삭제하는 기능이 생겼습니다. 많은 이용자의 요구에 따라 카카오가 어제(17일) 도입했는데요, 막상 업데이트가 이루어지니 각종 불만이 터져나옵니다.

일단 어떤 기능인지 살펴볼까요. 발신자는 자신이 보낸 메시지를 '자신의 대화창과 상대방의 창에서' 삭제할 수 있게 됐습니다. 수신자가 해당 메시지를 읽은 상태든 아니든 상관 없습니다. 메시지 확인 전에 삭제가 이루어진다면 수신자는 내용을 아예 모르게 되는 것이고, 확인 후라면 '분명히 왔던 메시지가 사라지는' 상황이 됩니다. 단 삭제는 보낸 후 5분까지만 가능합니다. '실수 메시지'로 곤란을 겪어본 사람들은 이 기능의 유용함을 너무나 잘 알 겁니다.

그런데 왜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일까요. 가장 불만이 집중되는 부분은 '삭제한 메시지입니다'라는 안내 문구입니다. 메시지를 삭제하면 내용은 사라지지만 '삭제한 행위'가 있었음을 남기게 되는 거죠. 이렇게 되면 수신자는 해당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해지기 때문에 괜한 오해가 생길 수 있어 보입니다.
또 5분이라는 시간도 논란입니다. 이왕 삭제가 가능하게 할 것이면 여유있게 줄 것이지 굳이 5분으로 제한을 둔 이유가 궁금해집니다. 왠지 카카오 가 이용자의 요구에 '흔쾌히' 응하지 않으려 했다는 느낌마저 줍니다.

카카오에 물어봤습니다. 우선 안내 문구를 표시하는 이유에 대해 카카오 측은 "메시지가 아무런 표시도 없이 사라져버린다면 이용자들은 버그나 장애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또 이번에 추가된 기능이 '취소'가 아닌 '삭제'란 점도 강조했습니다. 즉 삭제는 '메시지 내용을 지우는' 기능이지, 전송한 기록 자체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카카오 측은 "메시지 삭제 기능은 메시지 발송을 완료한 후 발송 실수 일부를 보완하기 위한 기능"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메시지 삭제 가능 시간을 5분으로 제한한 것도 실수를 만회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다른 메신저들은 어떨까요. '라인'이나 '왓츠앱' 등도 카카오톡처럼 삭제 흔적을 남깁니다. "OOO님이 보낸 메시지를 취소했습니다"라는 안내 문구가 뜹니다. 다만 라인은 24시간 내, 왓츠앱은 1시간까지 메시지를 삭제할 수 있으니 시간은 넉넉하네요.

카카오를 포함해 각 업체들이 공히 '삭제 문구 표시와 시간 제한'을 두는 것은 이들이 '메신저'라는 서비스에 대해 갖고 있는 시각과 관련 있습니다. 정리해보면, 커뮤니케이션의 출발이 되는 '발화'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커뮤니케이션 의미를 퇴색시킬 수 있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실수한 '흔적'까지 지우고 싶은 이용자의 마음도 이해는 되지만, 이용자들에게 그 어떤 오해나 혼란도 주어선 안 된다는 것이죠. 자사 서비스의 근간을 이루는 어떤 핵심 가치에 변화를 주는 업데이트인 만큼 우선은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게 맞다고 카카오는 생각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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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카카오가 진짜 두려워하는 것은 업데이트에 대한 불만보다 '신뢰를 잃는 일'입니다. 4년 전 카카오톡 대신 텔레그램이나 라인으로 옮겨갔던 일명 '카카오톡 망명' 사건을 기억하실 겁니다. 위기감을 느낀 카카오는 수사기관의 감청영장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2016년 대법원이 감청영장으로 수집된 대화를 증거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카카오는 감청영장에 대해서는 자료를 제공하지 않고 있습니다. 4000만 카카오톡 이용자를 잃을 뻔한 경험을 갖고 있는 카카오이기에, 업데이트 하나에도 신중할 수 밖에 없겠죠.

자신이 보낸 메시지를 취소하고 싶은 마음,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그러나 메시지 취소가 빈번히 이루어지는 카카오톡이 과연 '국민 메신저'라는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까요. 나의 개인적 기록이 모두 남아있는 카카오톡에 대해 이용자들이 정말 원하는 것은 '전송 취소'와 같은 편리함보다 '이 서비스는 믿을 수 있다'는 신뢰가 아닐까요. 카카오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겁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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