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학 5년 학비·생활비까지…이상한 종교단체 의심도 했다"
'돈보다 인재' 강조했던 고 최종현 회장의 파격지원
44년간 3700여명의 장학생·740여명의 박사 배출
[아시아경제 권재희 기자] '미국 유학 5년간 학비 생활비와 등록금 제공. 다른 조건 없음.'
고(故) 최종현 SK 선대회장이 설립한 한국고등교육재단의 지원을 받아 유학길에 오른 염재호 고려대 총장은 "말도 안되는 공고였다"며 "학업 외 아무 조건없이 엄청난 등록금과 5년간의 생활비까지 보장해준다기에 혹시 이상한 종교단체나 중앙정보부가 지원해 주는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최 회장이 장학생들에게 유일하게 의무규정을 둔 것이 있다면 "필수도서를 읽고 독후감을 낼 것, 매주 일요일 지도교수와 학생들을 집으로 불러 저녁식사를 하며 경제 현안에 관한 토론을 할 것"이었다. 선대회장은 장학생들과의 토론을 무척 즐겼다. 1980년대 초반 미국 프린스턴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 귀국한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과 통화정책에 대해 두 시간 넘게 토론을 벌였으나 끝내 의견 일치를 보지 못했다. 하지만 최 회장은 학자로서 정운찬을 높게 평가해 1982년까지 한국고등교육재단의 지도교수를 맡겼다.
또 연간 4만~5만달러(70년대 당시 3000만원 규모)의 장학금 지원에 대해 임원진들이 "너무 많다"고 하자 "돈 좀 아낀다고 뭘 하겠소. 돈 걱정이 없어야 24시간 공부에 전념할 수 있지 않겠소. 이왕이면 최고의 장학금으로 합시다"며 한결같은 대답을 내놨다.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아빠는 직장 잃을 위기에 놓였다…한국 삼킨 초저...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