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통으로 전락한 빗물받이에 주변은 물웅덩이…전동차 안에선 물기 때문에 서로 '찝찝'
[아시아경제 금보령 기자] 중부지방에 올해 장마가 시작됐으나 서울 곳곳에서 이에 대한 준비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빗물받이 근처에서 담배를 피우던 직장인들은 담배꽁초를 그대로 빗물받이에 버리고 자리를 떠났다. 빗물받이에 담배꽁초를 버린 경험이 있다는 직장인 윤모(31)씨의 경우 "다들 거기에 버리고 가길래 괜찮은 줄 알았다"며 "침수 피해의 원인이 된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빗물받이 옆에 '웃는 얼굴에 담배꽁초와 침을 뱉으시겠습니까?' 문구가 적힌 노란색 스마일 스티커를 붙이는 사업을 시범적으로 실시했으나 그 효과는 잠시였다. 결국 올해는 스마일 스티커 사업을 이어가지 않기로 했다.
또 다른 문제는 빗물받이 위에 있는 덮개들이었다. 특히 가게 앞 빗물받이는 미관상, 냄새 등의 이유로 나무판, 고무판, 장판 등으로 덮여 있었다. 심지어 몇몇 곳은 빗물받이가 아예 보이지 않도록 큰 덮개를 놔뒀다. 덮개를 걷어 올려야 겨우 빗물받이가 보이는 상황이었다. 흘러 내려가지 못한 빗물이 빗물받이 근처에서 맴돌 뿐이었다.
실제로 이날 살펴본 빗물받이 중 빗물이 내려가지 못해 물웅덩이가 된 곳도 여러 군데였다. 덮개와 담배꽁초 등을 복합적으로 볼 수 있는 곳들이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보통 1년에 평균 2회 정도 빗물받이 청소를 한다. 올해도 장마 전 3~5월에 25개 전 자치구에서 청소를 실시했다"며 "아무리 청소를 해도 금세 담배꽁초 및 쓰레기 등이 차올라 어찌할 도리가 없다"고 설명했다. 빗물받이 청소와 관련된 예산은 2016년 73억원, 지난해 80억원, 올해 89억원으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
서울 지하철 역사들도 빗물에 무방비한 상태다. 시는 지난달부터 지하철 역사에서 우산비닐커버를 제공하지 않는다. 일회용 비닐 줄이기를 위함이었다.
그러나 우산비닐커버 대신 빗물제거기가 설치된 곳은 지하철역 중에서도 극히 일부인 6개 역이었다. 몇몇 역은 계단 아래 카펫을 깔아뒀지만 빗물을 다 흡수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카펫을 밟으면 빗물이 튀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시민들은 빗물에 젖은 우산을 그대로 들고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지하철역에서 입구와 이어지는 쪽은 '물난리'가 났다.
불편함은 고스란히 시민들의 몫이었다. 미끄러운 바닥 때문에 조심조심 걷는 시민들도 보였다. 대학생 임모(22)씨는 "전동차 내부에도 빗물이 떨어져 있어 평소보다 서 있기 불안정했다"며 "옆 사람 우산 때문에 옷이 젖어 찝찝했다"고 말했다. 직장인 한성수(43)씨는 "일회용 비닐을 쓰지 않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후속 대책을 마련해줘야 한다"며 "장마도 시작됐고 앞으로 비도 많이 올 텐데 계속 이런 식으로 대응하는 건 옳지 않다고 본다"고 얘기했다.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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