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이후 통일전망대 관광객 급증, 月 2만5000명 늘어
강릉~제진 이으면 부산서 유럽行…경협 기대감에 부동산 들썩
[고성(경기도)=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내가 10년 전에 금강산 관광 다녀온 걸 친구들이 그렇게 부러워했는데 또 알아? 요새 남북 분위기가 워낙 좋잖아. 올해 우리 나이가 여든 둘인데 내 친구들도 죽기 전에 북한 땅 밟아볼 수 있을지도 모르지."
북위 38.35도. 대한민국 최북단에 자리 잡은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는 평일인 지난 7일 오전에도 방문객이 끊이지 않았다. 이씨 일행처럼 노년층이 대부분이었지만 초등학생 아이들과 함께온 가족과 젊은 남녀 커플도 꽤 눈에 띄었다. 이들은 금강산의 마지막 봉우리로 낙타등과 같이 생겨 낙타봉으로 불리는 구선봉과 해금강 등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거나 망원경을 통해 아직은 갈 수 없는 북한 땅을 살폈다.
이날 통일전망대에서 만난 한 관계자는 남북 정상회담 이후 가장 피부에 와닿는 변화로 관광객 급증을 꼽았다. 지난달에만 6만4998명이 다녀갔다. 4만301명이 다녀간 지난 4월에 비해 한 달 새 방문객이 2만5000명가량 늘어난 것이다. 전북 전주에서 남편과 함께 온 60대 여성은 "전부터 오고 싶었는데 요새 분위기가 워낙 좋아 이참에 왔다"면서 "조만간 금강산과 해금강도 손주들이랑 가는 날이 올 것 같다"며 들뜬 표정을 보였다.
뻥 뚫린 편도 2차선 도로를 약 3㎞ 달리자 군인들이 지키고 있는 민통선 검문소에 도착했다. 이곳에서부터 민간인 통제선이 시작된다. 출입 신고서 확인과 함께 트렁크 내부를 보여 주고서야 검문소를 통과할 수 있었다. 출입신고소에서 약 11㎞ 떨어진 통일전망대로 향하는 길에는 탱크 이동을 막는 구조물이 설치돼있고 해변은 철조망으로 가로막혀 있었다. 급속도로 커지고 있는 남북 관계개선 기대감과는 별개로 여전히 대치하고 있는 남북의 상황을 실감하게 했다.
통일전망대에서 돌아오는 길, 남한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한 동해선 제진역을 찾았다. 동해선 연결 점검을 위해 2006년 인근 항구를 통해 들여온 5량짜리 새마을호 열차는 2년 동안 머물다 2008년 6월 철수했다. 10년 넘게 기차도 사람도 찾지 않으면서 잊힌 역사가 됐다. 선로 표면은 녹슬었고 역 표지판에 붙어있던 '제진'이라는 글자도 일부 떨어져 나갔다. 동해선은 앞선 판문점 선언을 통해 남북 경제협력 사업 중 하나로 꼽힌 곳이다. 북한의 감호역을 지나 금강산역까지 총 25.5㎞의 선로가 연결돼있다. 하지만 남측 강릉~제진 간 110㎞에 달하는 구간은 아직 단절돼있다. 이 구간이 연결되면 부산에서 기차를 타고 북한을 거쳐 시베리아ㆍ유럽을 갈 수 있게 된다.
남북 경협 추진 기대감에 고성 부동산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고성군 현내면의 K공인중개업소에서는 지난달에만 5건의 땅 매매 계약서를 썼다고 했다. 다만 지금은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매수인과 매도인이 기대하는 가격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K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땅 주인은 앞으로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큰데 매수인 입장에선 아직 확신이 없어 섣불리 투자를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가시적인 남북 경협 움직임이 나타나는 경우 고성을 비롯한 접경지 부동산시장은 다시 요동칠 것"이라고 말했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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