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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초대석]"졸업·취업후 사라지는 여성인재 75%, 국가적 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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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초대석]"졸업·취업후 사라지는 여성인재 75%, 국가적 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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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학업 등 우수했던 여성들
사회진출하며 절반은 사라져
취업여성 5~6년 지나면 또 절반 사라져

채널별 전문 마케팅 교육 등 성과
공동브랜드 '여움' 개발 여성기업 판로 찾기
'일자리 허브 플랫폼' 만들어 인재 확보
[대담=아시아경제 신범수 산업2부장, 정리=김유리 기자] "무인도에 하나만 가져간다면 무얼?" 묻는 사람은 농담이어도 듣는 사람은 꽤 진지해진다. 그 답에는 자신의 인생관이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독대해 딱 한 가지만 요청할 수 있다면?" 한무경 한국여성경제인협회(여경협) 회장에게 물었다. 138만개의 여성기업이 안고 있는 수많은 문제 가운데 그가 꼽은 최우선 순위는 뭘까. 답이 오기까지 몇 초 걸리지 않았다.

"공공 조달시장 여성 의무 할당을 업종 구분 없이 5%로 올려달라고 말할 겁니다."
공공기관은 물품이나 용역을 구매할 때 금액의 5%를 반드시 여성기업에 배당해야 한다. 2014년 의무화됐다. 그런데 유독 건설공사만 3%다. 미국 등 다른 나라들은 '업종 구분 없이 5%'다. 이를 우리도 적용하면 건설에서 할당량이 2%포인트 늘어나면서 지난해 시장 규모 기준으로 2조3000억원의 신규 매출이 확보된다.

한 회장은 "여러 부처가 연계돼 복잡한 문제라 대통령을 만날 기회가 오면 이를 가장 먼저 (요청)하겠다"며 "현재 국무총리실, 조달청 등에서 주최하는 여성기업 애로사항 간담회 등에서도 이 부분을 건의하기 위해 관련 자료를 수집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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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다 똑같은 기업인데 왜 여성기업에 이런 혜택을 줘야 할까. 여성기업을 키워야 하는 국가적 명분에 대해 한 회장은 '사라진 75%'에 대해 말을 꺼냈다.

"학교뿐 아니라 취업 전선에서 매우 우수한 실력을 보여준 여성들이 많죠. 대학 신입생 중 절반 이상이 여성이고요. 그런데 이들이 사회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절반이 사라져요. 취업 후 5~6년이 지나면 다시 그 절반이 사라지죠. 인재의 75%가 경제활동을 중단한다는 것은 국가적으로 매우 안타까운 손실 아닙니까."

그러면서 그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한국에 와서 했다는 말을 인용했다. 한 회장은 "한국 노동시장에서 성별 차가 줄면 국내총생산(GDP)을 10%까지 늘릴 수 있다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의 진단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며 "우리 사회에서 잠재력은 크지만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곳이 어딘지를 살펴봤을 때 답은 당연히 '여성'이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그는 "정부는 사라진 여성 75%가 큰 어려움 없이 시장으로 되돌아올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을 해야 한다"며 "여성경제인협회는 창업여성이 많이 생겨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회장은 지난해 취임 후 업무 우선순위를 '판로'와 '인력'에 뒀다. 판로 확보를 위해 여경협 공동 브랜드 '여움'을 개발했다. 올해 초 모집한 1기는 채널별 전문 마케팅 교육과 채널 입점 등을 통해 꽤 성과를 냈다. 현재 2기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 한 회장은 "여움이 국산 돼지고기 공동 브랜드 '한돈'과 같이 영향력 있는 브랜드로 거듭나도록 여성기업이 유통채널을 뚫는 초기 단계까지 모든 과정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력 확보를 위해선 '일자리 허브 플랫폼'을 만든다. 여성기업이 유독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현장의 목소리에 대한 응답이다. 방식은 여성기업과 전문적 능력을 갖춘 인력이 물리적 제약 없이 연계 가능한 온라인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한 회장은 "여성기업 입장에서는 단기 프로젝트별로 원하는 전문 인력을 고용할 수 있고 여성 인력 역시 경력 단절을 피할 수 있어 효과가 좋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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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여경협은 여성창업경진대회와 대학 내 여성기업 관련 강좌 등을 마련해, 아이디어를 가진 여성이 실제 창업까지 성공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여성기업종합지원센터를 통해 전국 16개 지구에 206개 창업지원실을 두고 맞춤 컨설팅도 지원 중이다.

인터뷰에 앞서 한 회장은 10여분 동안 준비한 자료에 집중하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 회장에게 "보시면서 인터뷰 해도 된다"고 했더니.

"제가 하고 싶은 말을 딱 해준 사람이 있어서 그 말을 외워서 말하려고 그랬어요.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우리가 그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바로 이거죠. 그 미래를 여성과 함께 만들어야 한다는 데 이견을 달 수 있을까요." 그 말을 한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이다. 문 대통령은 한 회장을 만나면 "5%로 올려달라"는 부탁을 거절하기 어려울 것 같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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