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운영 책고수 윤성근 작가
가을의 문턱이라는 입추(立秋)지만 연일 이어지는 폭염에 지쳐가는 월요일, 서울 녹번동에 위치한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에서 만난 윤성근 작가(42ㆍ사진)는 휴가지에서의 '꿀잼(굉장히 재미있다) 독서법'에 대해 말을 이어갔다.
"일본 도쿄로 여행을 간다면 마쓰모토 세이초의 '점과 선'을 들고가 도쿄 역 15번 플랫폼에 잠시 서보세요"라는 그는 휴가의 의미가 배가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윤 작가는 출판가에서 '책고수'로 알려진 인물이다. 어렸을 때부터 활자중독이었던 그는 잘 나가는 IT 회사를 서른살에 그만두고 서울 응암동에 루이스 캐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이름을 딴 헌책방을 차렸다. 자신이 좋아하는 유럽 소설ㆍ철학ㆍ시집ㆍ화집 위주로 5000권을 엄선했다. 2007년 생긴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은 책을 사랑하는 이들의 발걸음에 힘입어 한차례 이사를 거쳐 어느덧 올해로 10년째를 맞았다. 그 사이 사람들이 책에 써놓은 사연 있는 메모를 엮어 펴낸 책 '헌 책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로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해 화제를 모았다. 내년에는 이 책을 일본에서 출판하기 위해 현지 출판사와 협의중이다.
"잘 관리된 헌책은 오크향이 벤 와인처럼 향긋한 펄프향이 난다"는 윤 작가에게 출판된 지 10~15년이 된 책은 여전히 새 책과 다름이 없다. 실제 그의 헌책방의 책들은 헌책의 이미지를 벗고 정갈한 모습으로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책은 펄프로 만들어져 온도와 습도에 민감하다"는 그는 "책들도 숨을 쉬어야 하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위치를 바꿔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책 위에 쌓인 먼지를 고민하는 기자에게는 타조털 먼지털이를 추천해줬다.
"몇권의 책을 읽었냐는 물음은 지금까지 몇 그릇의 밥을 먹었냐는 질문과 똑같다"는 윤 작가는 "독서는 최고의 잉여행위"라고 말했다. 몸과 마음의 잉여가 있어야 즐거운 책읽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독서라는 행위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인간의 특권"이라면서 "놀고 쉬고 잉여행위를 하는 것은 인간으로서 고유의 가치"라고 강조했다.
한편 윤 작가는 오는 12일 서울시가 여의도 한강공원 마포대교 남단에서 여는 '헌책방 축제'에 인문학 강연 연사로 참여한다. 올해 3회째를 맞는 이번 축제는 고서와 단행본, 전문도서, 어린이도서 등 10만 권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으며, 이달 15일까지 열린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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