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올 상반기 벌써 31명 짐싸
아시아나 동일 기종 LCC 러브콜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비행경력 7년차로 부기장에서 기장으로 갓 승급한 조종사 김모(37)씨는 최근 중국 대형 항공사로 이직을 준비하고 있다. 지원 요건상 기장으로서 비행시간 500시간 이상을 채워야 하지만, 이직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서 이직 준비와 병행하기로 한 것이다. 중국 항공사로 이직하기 위한 사전 검증 과정부터 중국 면장 취득을 위한 필기ㆍ실기시험과 항공사에서 요구하는 모의비행장치 테스트, 신체검사 등의 과정을 진행하는데 최소 1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김씨는 "비행경력 500시간을 채우기 위해 저비용항공사(LCC)의 경우 빠르면 6개월, 대형 항공사의 경우 1년이 걸리기 때문에 빠른 이직을 위해 기장 승급과 거의 동시에 이직준비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조종사들 중국행에 항공사들 속수무책 = 대형항공사들이 조종사 구인난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고액 연봉을 앞세운 중국 항공사와 기장 승급이 빠른 LCC로 인력 유출이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윤관석 의원실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한항공 소속 기장 18명ㆍ부기장 13명 등 총 31명(6월 말 기준)이 올 상반기 짐을 쌌다. 대한항공 조종사의 이직률은 부기장 보다 기장이 더 높게 나타났다. 최근 2년 사이 회사를 떠난 기장 수는 61명(4.10%), 부기장 수는 8명(0.64%)이다. 아시아나항공 이나 타 LCC들과 비교해도 이직률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올 들어 나간 기장 수만 9명으로, 전체 기장 수가 712명으로 줄었다. 부기장 18명이 새로 들어와 전체 조종사 숫자는 9명이 늘었지만, 대형기 추가 도입 계획에 따른 소요 인력을 감안하면 인력 부족이 심각하다고 회사측은 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대형항공기 A350 4대를 신규로 들여온다. 승객 수 311명을 수용하는 대형기의 운용을 위해 필요한 기장 인력만 총 12명, 올해 전체로 총 48명의 신규 기장 수요가 발생했지만, 수급 상황은 여의치가 않다.
◆ 조종사 돌려막기 심화...정부 대책 마련 주문도 = 중국 항공사들도 국내 항공사들의 숙련된 기장 모시기에 주력하고 있다. 연봉 1억5000만~1억7000만원을 받는 3~4년차 기장들에게 중국 항공사들이 제시하는 연봉은 3억원 이상이다. 3년 계약직이지만 1억원대의 몸값이 최소 2배 이상 뛴다. 게다가 입사 첫해 100% 보너스와 주거비 지원 등 복리혜택 등을 고려하면 국내에서 받는 대우와 격차가 크다. 대형항공사 한 관계자는 "숙련된 기장급 조종사의 해외 이탈이 심각하기 때문에 항공사 차원의 유인책 보다는 정부 차원에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해보인다"고 지적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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