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팎으로 큰 어려움에 처해 있는 우리의 현실을 감안할 때 대통령으로 당선된 기쁨도 잠시, 그의 앞길에는 꽃가마가 아니라 지난한 과제가 놓여 있다. 더군다나 정권 인수인계 과정조차 없다는 점에서 새 정부의 출범과 국정운영이 원활하게 진행될지 걱정이다.
새 대통령이 내세웠던 경제분야 공약들을 세밀히 들여다보니 큰 방향성 측면에서는 대체로 올바른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특히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일자리 창출을 성장보다도 정책의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대기업 위주의 수출주도형 경제성장 과정에서는 성장이 일자리를 담보해 주었기 때문에 성장중심의 경제정책이 타당했다. 대기업이 이끄는 수출산업으로부터의 온기가 시차를 두고 중소기업과 자영업을 거쳐 경제전반에 퍼짐으로써 고용과 내수를 견인했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이제는 이런 경기 방정식이 더 이상 작동하고 있지 않다. 최근 들어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청년세대의 고용사정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없고 체감경기 역시 좋지 못한 현실이 이를 반증한다. 이는 반도체, 석유화학, 스마트폰과 같이 취업유발 효과가 낮은 산업들이 수출과 우리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사정과도 무관하지 않다. 그러니 성장률을 포함해 경제지표는 호전될지 모르지만 국민들의 체감도는 이에 미치지 못하는 '지표와 인식의 미스매칭(부정합)'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하겠다.
문제는 방법론인데, 언제나 그렇듯이 악마는 각론에 있다. 특히, 공공부문에서 4조2000억원을 투입해 81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공약이 못내 찜찜하다. 단순 계산해 보면, 이는 연봉 500만원짜리 일자리를 81만개 만들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더욱이 민간부문으로 흘러들어갈 인력들을 공공부문이 흡수하게 되는 구축효과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인적자원의 효율적인 활용에도 저해된다.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공공서비스를 확충하기 위해 일정 수준 공공분야에서의 고용확대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고용창출의 중심축은 민간부문이 감당해야 한다. 공공부문의 일자리는 어차피 세수로 그 재원을 조달해야 하는 한계 때문에라도 보조적인 역할에 머물 수밖에 없다.
서비스 등 일자리 창출효과가 큰 영역을 중심으로 기업들이 좋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경영환경을 조성하는데 정부가 동원 가능한 모든 정책적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다행이 대통령 직속의 일자리위원회를 통해 대통령이 직접 일자리정책을 챙기겠다고 하니 기대가 크다. 새 정부 출범이,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골든타임을 낭비하지 않고 부디 우리경제가 재도약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기를 바라고 소망한다.
김동수 고려대 석좌교수/前 공정거래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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