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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사라진 설 특수①]'청탁금지법' 직격탄…백화점, 5만원대 중저가만 '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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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에도 9900원 생활용품 선물 등장
내용물 크기·수량 줄이고, 고급진 포장
할인 또 할인, 추가 할인에도 선물구매 '망설임'

현대백화점 실속세트

현대백화점 실속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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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김영란 선물세트(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금지법에 따라 상한액인 5만원을 넘지 않은 상품)를 찾으세요? 이쪽으로 와보세요. 저희 매장에서 이것만큼 괜찮은 선물은 없어요. 아까 보신 제품은 따로 포장이 안되지만, 이 상품은 김영란법(청탁금지법)에 맞춰 금액도 맞췄고, 저희 백화점 보자기로 포장해 고급스러워요”

설 연휴를 일주일 앞둔 지난 20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 1층에서 만난 입담 좋은 청과 판매점원 최모씨는 5만원 짜리 사과·배 혼합세트를 둘러보는 기자의 소매를 이끌었다. 사과 3개, 배3개, 한라봉 3개 등으로 구성된 과일 혼합세트는 롯데백화점이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첫 명절을 맞아 내놓은 야심작. 6만2000원의 가격표가 붙어있었지만 최 점원은 5만원에 “가져가라”고 했다. 청탁금지법에 저촉되지 않도록 판매가를 낮추면서도 무료배송이라고 했다. 그는 “조금 전에도 한 아가씨가 2개를 한꺼번에 구입했다”면서 “오늘만 80세트가 나갔다”고 귀띔했다.
청탁금지법에 맞춘 과일선물세트

청탁금지법에 맞춘 과일선물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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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업계가 설 대목을 앞두고 옷을 갈아입었다. 백화점에서 지난 추석까지 5만원 이하 선물세트는 와인과 견과류 등 소수품목이었지만, 이번 설을 앞두고 5만원 이하 선물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이 백화점에 따르면 5만원 이하 가격대의 선물세트의 품목 수를 지난해보다 60% 늘렸다
롯데백화점 소공점의 경우 한복을 입은 직원 안내에 따라 내려간 지하1층 에스컬레이터 앞부터 5만원 이하 실속형 생활용품 선물센트가 즐비했다. 특히 백화점에선 이례적으로 샴푸와 린스로 구성된 9900원 상당의 선물세트도 눈에 들어왔다. 판매점원은 “2~3만원대 세트가 가장 잘 나간다”면서 “경기도 않좋고 김영란법이 선물의 기준을 5만원으로 바꿔놓은 것 같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에선 이번 설을 앞두고 처음으로 5만원 짜라 더덕선물세트도 내놨다. 인근 10만원대 더덕과 비교해 크기와 수량을 줄였지만 포장만큼은 고급스러웠다. 백모 점원은 “올해 처음 5만원 짜리가 나왔는데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선물세트 4개를 구입하면 1개를 덤으로주는 ‘4+1’ 행사가 한창인 과일도 5만원 이하 구성은 수량은 한 개 정도 차이가 났지만, 크기는 훨씬 작아졌다.

같은 날 서울 양천구 목동 현대백화점도 상황은 비슷했다. 지난해 추석을 일주일 앞둔 주말 지하 1층 에스컬레이터 바로 옆 명당 자리는 차례상 필수품인 조기코너가 차지했지만, 올해는 저가의 곶감 선물이 자리를 잡았다. 한우의 경우에도 지난해 지하1층에는 70만원을 웃도는 가격을 자랑하던 고급한우는 자취를 감췄다. 대신 조기와 고등급 한우 등 고급선물은 1층 설선물 코너가 마련됐다.
이날 현대백화점은 제조사와 별도로 20~30% 추가 할인행사를 진행했다. 설 선물센트 본판매가 역성장을 기록하면서 꺼낸 고육지책이다. 한우를 비롯한 각종 선물세트가 정가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판매했지만, 손님보다 판매직원이 훨씬 더 많았다. 가끔씩 방문하는 손님들도 값비싼 한우와 조기 등 고가 선물 대신 가격을 파격적으로 낮춘 건강기능식품 매장에서 비교적 오랜시간 머물렀다.

22만원 상당의 참조기 선물세트가 16만5000원으로 할인한 뒤, 13만5000원으로 가격을 추가로 낮췄다.

22만원 상당의 참조기 선물세트가 16만5000원으로 할인한 뒤, 13만5000원으로 가격을 추가로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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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식품의 경우 20만원 상당의 대상 파워오메가 3(4개월분)가 3만9600원에, 대상 홍삼 에브리데이스틱(30포, 9만8000원)은 4만9000원에 판매됐다. 국산 참조기는 정가 22만원(15미)짜리를 할인가 16만5000원에서 추가로 가격을 낮춰 13만5000원에 판매했다. 하지만 이같은 할인행사도 소비불씨를 살리기는 어려워보였다. 냉장조기를 유심히 살펴보던 한 50대 부부는 “13만원 이하의 조기는 없느냐”면서 “상의한 뒤에 다시 오겠다”고 자리를 떴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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