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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현실의 거울…신조어 확산은 '빼박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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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년 명태·조기(명예·조기퇴직) 등 사회변화와 시대상 반영하는 척도
-호모인턴스·5포세대·흙턴 등 최근 취업난 빗댄 말 쏟아지는 까닭
-"딸 아들이 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어" 의사소통의 장애물로 작용 우려도

언어는 현실의 거울…신조어 확산은 '빼박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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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금보령 기자, 기하영 기자] "걸크(걸크러시), 세젤예(세상에서 제일 예쁘다) 등 신조어 많이 쓰죠. 친구들 사이에서 신조어를 사용 안 하면 '문명찐따'라고 놀려요." (이혜정ㆍ18)
오는 9일은 한글 창제 570주년을 기념하는 '한글날'이다. 한국어는 현재 남북한, 해외 동포 등 8000만명이 사용하는 세계 언어 사용 13위권의 대국어다. 그러나 최근 범람하는 신조어 때문에 의사소통의 벽이 생긴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신조어는 사회변화와 시대상을 반영하는 척도다. 특히 사회가 불안하거나 혼란이 있을 때 많이 생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조기(조기 퇴직)' '명태(명예퇴직)' '황태(황당하게 퇴직)' 등 경제 신조어가 급증했다. 지난 몇 년간은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20대 태반이 백수라는 '이태백', 비정규직 일자리로 내몰리는 20대를 일컫는 '88만원 세대' '3포 세대' '5포 세대' 등의 신조어가 잇따라 나왔다.

최근에는 취업의 어려움을 풍자하는 신조어들이 급증하고 있다. 취업 과정을 원시 인류 진화 단계에 빗댄 단어들이 눈에 띈다. '오스트랄로스펙쿠스'는 과거 토익과 학점과 같은 기본 스펙만으로도 취업이 어렵지 않았던 취업 호황기 세대를 지칭한다. 반면 '호모인턴스'는 각종 스펙을 갖추고도 정규직 채용이 되지 않아 인턴만 반복하는 요즘 세대 구직자들을 뜻한다.
국립국어원은 이러한 사회 언어 변화를 지속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진화하는 사전을 표방한 '우리말샘'을 지난 5일 내놓았다. 위키피디아처럼 누구나 이용할 수 있어 각종 신조어가 우리말샘에 등재될 수 있다. 다만 극혐, ○○충처럼 다른 사람을 혐오하는 어휘는 등록 적절성 검사를 통해 보류된다. 일반 참여자와 사전 전문가의 협업으로 끊임없이 다듬어지는 셈이다.

이처럼 신조어는 사회를 반영하는 척도로 사용될 수 있지만 의사소통에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10대 청소년들이 사용하는 말에 비속어와 외국어를 제멋대로 합성한 신조어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국민대통합위원회가 발표한 '언어 사용에 대한 국민 의식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13세 이상 국민 1000명 중 82.1%가 청소년의 은어가 다른 세대와의 갈등을 유발하는 원인이라는 데 대해 '공감한다'고 답했다. 이는 '공감하지 않는다'는 의견(16.6%)에 비해 4배 이상 높은 수치다.

동작구에 사는 주부 이모(57)씨는 "10대들이 쓰는 말이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다"며 "지하철에서 연예인 얘기를 하며 '존예보스', 극혐이라는 말을 쓰는데 무슨 말인지 하나도 이해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반면 중학생 김모(16)양은 "어른들이 이해 못하는 것과 상관없이 친구들끼리는 다 알아들어서 그냥 쓴다"고 얘기했다.

이 외에도 '존빡(너무 화난다, 미치겠다)' '개빻음(빻아놓은 것처럼 못생겼다)'처럼 어간에 욕설, 비하의 접두어를 붙여 강조적 의미를 담는 것은 정서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지난해 12월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성인 남녀 1408명을 대상으로 한 '듣기 불편한 신조어'에서 '○○충'이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신조어에 대해 부정적인 면과 긍정적이 면이 공존한다고 판단한다. 국립국어원 김형배 박사는 "신조어는 나쁜 용어가 많이 생산되지만 우리말 표현에 대한 다양성을 확대한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얘기했다.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는 "신조어 자체는 나쁘지 않다. 언어의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심쿵과 같은 신조어는 창의적이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급식충, 맘충처럼 남을 혐오하거나 공격하는 말은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며 "청소년들의 언어 사용을 비난하기보다는 올바른 언어 사용에 대해 교육하고, 방송과 같은 언론에서 남을 비하하거나 공격하는 신조어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기하영 기자 hyki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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