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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 시험으로 '인성'을 평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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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인성 검사를 안 하고 뽑아서 대학병원 의사들이 그리 불친절한 모양이지?"

2019학년도부터 의학계열 입시에 인·적성 평가를 반영한다는 소식에 누군가 이렇게 되물었다. 인성을 고작 질문 몇 개로 시험 치듯이 파악할 수 있겠느냐는 냉소적인 반응이었다.
의대 입학생을 선발할 때 인·적성 평가를 받게 하자는 논의는 지난 2011년 의대 동기 여학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실형을 받은 남학생이 올해 다른 의대에 재입학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본격화됐다. 지난해에는 같은 의학전문대학원에 다니며 연인 관계였던 여학생이 남학생에게 심하게 폭행당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일부 여성들은 이러한 성향을 가진 남학생들이 정식 의사가 될 경우 실제 진료를 받는 과정에서 의료행위를 빙자한 성폭력에 노출될 수 있다며 큰 우려와 공포를 나타냈다.

일련의 사건들이 물의를 일으키자 의학계열 학생들의 윤리의식 강화를 위해 인·적성 평가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생겨났고, 우선 기본적인 인성과 소양을 갖춘 학생들을 선발하기 위한 최소한의 검증 절차를 마련하자는 데 뜻이 모이면서 대학 입학전형이 일부 수정되기에 이르렀다. 이제 대학들은 적어도 의학계열 입시에서 부담 없이 인·적성 평가를 도입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과연 인성과 자질을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느냐를 두고서는 의구심과 논란이 적지 않다.

인·적성 평가가 성적에 반영될지, 합격ㆍ불합격 여부만을 판단하는 기준이 될지도 정해지지 않았건만 당장 의대 입시를 준비하는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인성 면접시험 비중을 늘릴 경우 수능 성적이 좋은 학생이 손해를 보게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나오고 있다. 인·적성 검사에서 좋은 점수를 받도록 정답을 가르쳐주는 '인·적성 학원'이 등장할 판이다.

그런데 과연 의대뿐일까.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대학생들의 성희롱 발언을 고발하는 대자보들이 캠퍼스에 나붙고 있다. 최고의 지성이라는 서울대와 연대, 고대 학생들이 단체 카톡방에서 주고받은 대화는 차마 입에 올리기에도 민망하다. 친구들끼리의 가벼운 농담이 선을 넘었다고 보기엔 너무나도 무례하고 저급하다.

한 네티즌이 기사 댓글에 이렇게 적었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을 가르칠 교사들은 어떠해야 하는가? 엄정한 법의 잣대를 들이댈 수 있어야 하는 법조인들은? 공무원들은? 국가대표 수영선수들이 여자탈의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영상을 유포했다던데 체육특기자도 입시 때 인·적성 평가를 거쳐 당락 여부 결정하는 건 어떠신가?"

시험이나 평가로 대학생들의 인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믿는 이는 없을 것이다. 이제 막 성인이 된 그들의 인성을 바꾸기엔 이미 늦었을지 모른다. 결국은 중·고등학교에서, 초등학교에서, 아니 유치원에서부터 아이들에게 바람직한 인성을 길러줘야 한다. 입시에만 매달려 인성교육은 뒷전으로 미뤄둔 탓에 결국 대학 입시를 목전에 둔 고3이 인·적성 평가까지 준비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조인경 사회부 차장 ikjo@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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