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품은 마트·화장품 만드는 백화점…유통업계 브랜드 내재화 '가속'

무조건 성공 기대는 금물…지속 투자 불구 비디비치 실적부진

롯데백화점의 자체 화장품 브랜드 '엘앤코스'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대형 유통업체들의 브랜드 내재화가 속도를 내고 있다. 저성장과 온라인화로 구조적인 성장 둔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브랜드를 직접 인수, 판매하는 전략을 선보이는 것이다. 다만 성공을 예단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의 평가다.

이마트의 제주소주 인수는 대표적인 '브랜드 내재화' 사례다. 인수 가격은 300억원 내외로 알려졌으며, 이마트는 추가 협의·실사 등을 거쳐 최종 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제주소주는 2011년 설립됐으며, 2014년부터 제주도 내에서 산도롱, 곱들락 등 2가지 소주를 판매해 왔다. 이마트는 제주의 청정한 이미지를 앞세워 제주소주의 제품들을 해외 수출용 소주 브랜드로 키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국내 사업을 배제할 이유는 없다"면서 "소주 시장이 포화되었다고 하지만, 국내 대형마트 MS 36%를 차지하고 있는 이마트와 에브리데이(수퍼마켓), 위드미(편의점) 등 광범위한 유통망을 활용할 경우 소주시장 판도가 어떻게 변할지는 모른다"고 관측했다.

또한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유리한 지는 롯데의 클라우드 맥주의 선전에서 이미 경험한 바 있다"면서 "제주 취수권 확보로 생수와 음료 등 다양한 자체브랜드(PB) 제품 생산 인프라를 확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롯데백화점의 자체 화장품 브랜드 '엘앤코스'도 같은 맥락에서 평가가 가능하다. 롯데백화점은 최근 여름전용 기능성 화장품 2종을 먼저 선보였다.

엘앤코스 제품은 롯데백화점 본점과 잠실점, 노원점, 김포공항점을 비롯해 홍대 엘큐브와 롭스 홍대점, 롯데닷컴 등을 통해 판매하게 된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안에 품목을 10여가지로 확대하고, 내년에는 단독 매장도 낸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롯데백화점의 화장품 시장 진출은 화장품 시장의 고성장과 롯데백화점의 높은 시장 점유율에 기반한다고 할 수있다. 이미 신세계도 '비디비치'를 인수하면서 화장품 시장에 진출한 지 오래이며, 글로벌 제조 업체 인터코스와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를 설립하기도 했다.

박 애널리스트는 캡티브 채널을 통해 다른 경쟁 브랜드보다 전개가 유리한 것은 분명하지만, 무조건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는 신세계의 '비디비치'를 꼽았다.

그는 "일반적으로 PB제품의 성공 기본요건은 구매의 가격탄력성이 높고, 제조업체별로 큰 차이가 없으며, 지속적인 구매가 발생하는 생필품"이라면서 "화장품이나 술은 소비자의 관여도가 대단히 높은 사치품이며, 클라우드의 성공은 품질과 마케팅이 그만큼 뒷받침 됐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신세계의 비디비치는 지속적인 투자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면서 "롯데와 신세계 모두 패션 사업을 내재화하고 있지만, 역시 성적이 좋지 못하다. 브랜드 내재화는 대형 유통업체들이 나갈 수밖에 없는 방향이지만, 성공을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