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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못 뽑은 보험, 가시는 숨어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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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자 동의 없으면 해지 못하는 계약
인정 안되는 태블릿 PC 전자서명
현실과 동떨어진 불필요한 법, 개정 필요성 요구에도 반영 안돼


<보이지 않는 보험규제>

<보이지 않는 보험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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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생명보험 계약자인 정모씨는 보험사 콜센터에 상품 해지를 요청했다. 정씨가 계약자(보험료 납입의무자)로, 그의 아내가 수익자(보험금을 받는 권리자)로 돼 있는 보험상품이다. 보험사는 계약자 본인 확인 뒤 해지를 완료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 같지만 이는 불법이다. 법을 위반하는 행위지만 보험사 콜센터에서 흔히 이뤄지는 일이다. 왜 그럴까.
정부의 보험규제 완화 정책이 대대적으로 추진되고 있지만 보이지 않는 걸림돌은 그대로 남아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법의 개정 필요성을 꾸준히 외치고 있지만 이러한 목소리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계약자는 보험사고가 발생하기 전 언제든지 계약의 전부 또는 일부를 해지할 수 있다. 그러나 타인을 위한 보험인 경우 계약자는 보험증권을 소지하지 않거나 수익자(타인) 동의를 얻지 못하면 해지하지 못한다. 앞서 언급한 계약자와 수익자가 다른 경우로 상법 제649조(사고발생전의 임의해지)에 명문화돼 있다.

보험업계는 현실과 동떨어진 불필요한 법이라고 지적한다. 법령이나 규칙 따위가 실제적인 효력을 잃어버린 '사문화'된 것과 마찬가지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계약자가 보험증권을 소지하지 않더라도 고객센터에 가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계약자가 요청하면 센터에서 보험증권을 재발급해주기 때문이다.
계약자 본인확인만 되면 보험증권은 함께 따라가는 '세트'인 셈이다. 계약자 본인확인이 되면 보험증권이 무조건 나오고 해지도 가능한데 결국 수익자 동의를 얻을 일이 생기지도 않는다.

문제는 콜센터다. 통상 계약자가 해지를 요청할 경우 본인확인 절차만 거치면 해지를 해준다. 고객들이 신속하고 편리하게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서다. 그러나 불법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사실상 계약자가 해지 시 보험증권 소지 여부와 수익자 동의가 필요 없는 상황임에도 현재는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불법"이라며 "계약자 본인확인만 되면 전화로도 다른 제한 없이 해지가 가능하도록 불필요한 상법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험 설계사들이 고객 편의를 위해 활용하고 있는 태블릿PC를 통한 전자서명도 상법상 규제 때문에 핀테크(금융+기술)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상법 제731조에 따르면 타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는 계약체결 시 그 타인의 서면에 의한 동의를 얻어야 한다. 계약자와 피보험자(보험의 대상자)가 다른 계약의 경우 피보험자의 서면에 의한 동의를 받도록 해 사고 위험을 줄이기 위한 조항이다. 계약자가 피보험자 몰래 사망보험에 가입한 뒤 수익자를 본인으로 해놓고 고의로 보험사고를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종이로 된 문서에서는 서면동의를 받는 데 문제가 되지 않지만 태블릿PC의 전자서명은 피보험자의 서명으로 인정이 되지 않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핀테크를 강조하는 정부의 금융산업 발전 방향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며 "태블릿 PC를 통한 전자서명 확대에 대해 전향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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