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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의 원칙' 北의 우기기 관행을 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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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압박과 무시', 박근혜 대통령 취임후 남북관계는 살얼음판을 걸어왔다. 박 대통령은 북한 도발에 대해 '응징' '원점타격' 원칙으로 압박했고,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도 "박근혜정부와 대화하지 않겠다"며 무시 전략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지난 8월 4일 비무장지대(DMZ) 지뢰도발로 촉발된 남북 군사긴장 상태는 양측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었고, 무박 4일간 협상 끝에 탄생한 8ㆍ25 합의를 통해 남북관계는 극적인 대반전의 기회를 획득했다.

◆朴대통령 이례적 '유연성', 협상 타결 이끌었다 = 남북이 합의해 공동 발표한 보도문을 보면, 양쪽 모두 군사적 긴장상황을 해소해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협상에 임해왔음을 여실히 확인할 수 있다. 22일 오후부터 진행된 무박 4일간 협상에서 "사과하라(김관진 국가안보실장)"→"확성기부터 꺼라(황병서 북한 총정치국장)"→"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선(先)조치할 게 있지 않느냐(김 실장)"→"지난 이야기는 하지 말라(김양건 북한 노동당 대남비서)"는 식의 말들이 도돌이표처럼 반복됐다. 한 때 고성이 오가는 살벌한 분위기가 연출되며 협상 타결은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했지만, 양쪽 모두 협상장을 지켰다.
'대북 심리전 중단'을 유일한 요구조건으로 들고 나온 북한을 설득하기 위해선 우리쪽도 일부 양보가 필요했고, 폐쇄회로텔레비전(CCTV)을 통해 협상을 지켜보던 박 대통령의 결단은 25일 새벽 전격 타결의 핵심 계기로 작용했다. 애초 우리가 물러설 수 없는 원칙으로 내세운 '주체가 분명한 사과'는 '주체를 명시하지 않은 유감표시'로 절충됐다. '재발방지 약속'도 우리의 원칙이었지만 합의문에서 빠졌다. 이와 관련해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은 "재발방지와 연계를 시켜서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확성기 방송을 중단한다)'이란 조건을 붙임으로써 여러 가지로 함축성이 있는 목표 달성이 가능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도 25일 오전 논평에서 "재발방지를 약속한 것이 남북간에 신뢰로 모든 문제를 풀어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의미상으로 '재발방지'를 약속한 것이지만 직접적인 명시는 하지 않아 북한측의 명분을 세워준 것이다. 이 같은 유연한 협상태도로 우리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 민간교류 활성화, 당국회담 개최 등을 이끌어내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靑 "정상회담 단계 아니다" 손사래 치지만… = 이번 합의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특정 사건에 대한 일시적 갈등 봉합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 관계개선의 물꼬를 터줬다는 점이다. 우선 남북은 공동보도문에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당국회담을 서울 또는 평양에서 빠른 시일 내에 개최한다"는 합의안을 제1항으로 적었다. 아울러 올 추석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을 진행하고 '앞으로 계속하기로' 했다. '민간교류 확대를 통한 민족 동질성 회복과 자연스런 통일 분위기 조성'이라는 박 대통령의 통일구상이 첫 걸음을 내디딜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청와대는 "아직 거론할 단계가 아니다"고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시선은 남북 정상회담 성사 여부로 쏠린다. 이번 고위급접촉은 박 대통령과 김정은 제1위원장이 각각 국가안보실장과 총정치국장을 내세워 진행한 간접적 상견례이자 첫 대화의 기회였다. 첫 만남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도출했다는 경험은 이후 군사회담이나 장관급회담으로 논의의 장을 확대시킨 뒤 최종적으로 정상회담까지 이어질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현실적으로는 박 대통령이 큰 관심을 가지고 추진하고 있는 비무장지대(DMZ) 평화공원 조성이나 경원선 복원 등 남북교류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데서 이번 합의의 성과를 체감할 수 있을 전망이다. 그에 앞서 올 추석을 목표로 추진되는 이산가족 상봉은 남북간 화해분위기 조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더불어 임기 반환점을 도는 박 대통령은 안보리스크 해소를 통해 올 하반기 '4대 부문 구조개혁'이란 핵심 국정과제에 몰두할 여유공간도 확보했다. 남북 관계개선 합의에 따른 호의적 여론 역시 경제활성화에 주력하려는 박 대통령의 행보에 상당한 힘을 실어줄 것으로 관측된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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