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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밀유출 기무사 소령… 잘못된 만남이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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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무사. 사진= 아시아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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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중국에 군사비밀을 유출한 혐의로 10일 구속 기소된 국군기무사령부 소속 S 소령은 앞날이 창창하던 엘리트 해군 장교였다.

해군사관학교 출신인 그는 2009년 8월부터 2012년 7월까지 중국 런민대에서 위탁교육을 받았으며 올해 8월에는 주중 한국대사관 국방무관 보좌관 부임을 앞두고 있었다.
잘 나가던 S 소령이 돌이킬 수 없는 길에 접어든 것은 2011년 9월 중국의 어느 술집에서 벌어진 작은 폭행 사건 때문이었다.

S 소령은 이곳에서 술집 직원들과 싸움이 붙었다. S 소령은 정신을 잃을 정도로 많이 맞았다. 하지만 자신도 중국인 직원 여러 명을 때렸다.

술집 직원들은 자신들이 피해자라고 주장하며 S 소령에게 집요하게 금전적 배상을 요구했다.
장교 경력에 차마 흠을 낼 수 없었던 S 소령은 사건을 무마하고자 합의금으로 약 180만원을 지급했지만 술집 직원들은 더 많은 돈을 달라고 했다.

이때 중국인 A 씨가 사건에 개입해 진퇴양난에 빠진 S 소령을 구해줬다.

중재자로 나선 A 씨는 술집 직원들을 달랜 데서 그치지 않고 S 소령이 이미 지급한 합의금까지 받아내 돌려줬다.

중국의 작은 연구소 연구원이라는 A 씨를 S 소령이 처음 만난 것은 2010년 무렵이다.

S 소령은 런민대 동료로부터 A 씨를 소개받았다. 이국 땅에서 적적하게 지내던 S 소령은 자신과 같은 국제관계학 전공자인 A 씨와 학문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거나 농구를 같이 하며 외로움을 달랬다.

한국에서 어학연수를 했다는 A 씨는 S 소령과 말도 잘 통하는 편이었다.

A 씨가 술집 폭행 사건의 해결사 노릇을 한 이후로는 두 사람은 급속히 가까워졌다.

S 소령은 2012년 여름 한국으로 돌아오기 직전에는 A 씨와 함께 중국 남부 지방에 있는 그의 고향을 방문하기도 했다.

금품도 오가기 시작했다. S 소령이 2013년 2월 중국을 다시 찾았을 때 A 씨는 S 소령의 모친 칠순을 축하한다며 그에게 2천위안(약 35만원)을 건넸다.

S 소령은 자신의 국제관계학 석사학위 논문에도 '연구에 도움을 준 A 씨에게 감사한다'는 글을 적어넣었다.

이렇게 S 소령의 마음을 산 A 씨는 2013년 6월과 작년 10월 S 소령에게 군사자료를 달라고 하더니 결국은 군사비밀까지 요청했다.

S 소령은 이를 끝내 뿌리치지 못하고 올해 2월 기무사 후배 장교에게 부탁해 해군 기획참모부장 인수인계 자료를 받아 A 씨에게 넘겨줬다.

3급 군사비밀인 이 자료에는 우리 해군의 구축함 정보가 들어 있었다. A 씨는 S 소령에게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관련 자료를 요구하기도 했다.

한 번 잘못된 길에 들어선 S 소령은 첩자와 같은 행동도 서슴지 않게 됐다.

그는 3급 군사비밀 자료를 A 씨에게 넘길 때 자료를 손으로 베껴 사진으로 찍은 다음 SD카드에 담아 전달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얼굴도 모르는 전달책에게 SD카드를 넘길 때는 접선 장소에서 서로 확인할 수 있는 표식을 미리 정해두고 만났다. 첩보영화에 나올 법한 행동을 한 것이다.

그러나 S 소령의 수상한 행동은 올해 1월 군 정보기관에 포착됐고 군 당국은 내사를 거쳐 지난달 11일 S 소령을 체포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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