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사태의 배경이나 이유에 대해 깊이 있게 분석할 만한 역량은 없다. 다만 지금의 상황을 경제적 관점에서-적잖은 사람들이 무척이나 좋아하는 경제적 관점, 그러나 실은 '경제'에 대해 그리 많이 고민하고 있지 않는 듯한 경제적인 관점인 것이 문제인데-아무튼 그 관점에서 얘기하고 싶다.
이 사안이 누군가의 머릿속을 온통 '장악'할 때 그보다 더 중요하거나 최소한 그만큼 중대하게 생각해야 할 사안들은 과연 들어설 자리가 얼마나 있었을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하루 24시간 일각일각을 나라 걱정으로 꽉 차 있는 초인이라고 해도 사고와 고민의 우선순위, 경중은 있을 텐데 과연 이 사안, 일부 논란이 있긴 해도 여야가 합의를 거듭하면서 타협안을 마련한 결과란 걸 생각할 때 과연 이 문제가 다른 많은 문제를 압도하면서 전에 없던 집중력으로 자신의 온 역량을 다할 만한 사안이었는지, 그것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니 이 같은 의문을 접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분명 세월호의 아이들, 민생 회생,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사태 등을 제치고 국회법 문제가 나라의 국운을 좌우할 만큼 중대하다고 봐야 할 사정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보통의 범부(凡夫)들은 결코 이해될 수 없는 사정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지금의 사태를 명쾌하게 설명할 도리가 없다.
어리석은 범부들은 못마땅해도, 납득이 가지 않더라도 이 신비가 언젠간 밝혀지리라 기다리며 다만 지켜봐야겠다. 그렇게 생각하니 참으로 흥미진진한 일이다.
이명재 논설위원 prome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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