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이들 두 업체의 요즘 처지가 말이 아니다. 자국 언론에서조차 소니의 몰락, 샤프의 몰락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한때 "삼성은 절대 소니를 이길 수 없다"던 자신감은 사라진지 오래다. 삼성이나 샤프, 소니 모두 전자라는 본업(本業)을 중심으로 한 한 우물 경영을 펼쳐왔지만 그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모든 한 우물 경영 기업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성공할지라도 삼성과 같은 초우량 기업의 반열에 들어가는 경우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화장품 업계의 삼성이라는 아모레퍼시픽의 경우는 한 우물 경영을 통해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했다는 점에서 국내외 경영자와 경영학도의 교본이 될 만하다.
아모레퍼시픽은 1932년 창업주의 모친 윤독정 여사가 개성에서 동백기름을 생산해 팔았던 것을 토대로 서성환 회장이 1945년 9월 '태평양화학공업사'를 창업해 작년엔 매출 4조7100억원을 기록했고 2020년에는 중국에서만 매출 3조원 이상을 기대하고 있다. 시가총액(11일 종가기준)은 포스코를 제치고 코스피 6위로 뛰어올라 황제주가 됐다.
당시 서경배 회장은 기획조정실장을 맡아 모든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했다. 아모레퍼시픽의 핵심가치를 '뷰티(Beauty)' 한 가지로 정했다. 2000년대 저가화장품과 원브랜드(단일브랜드)로드숍의 공세에 맞서서는 강력한 브랜드파워를 가진 메가브랜드를 키운다는 전략으로 멀티브랜드숍 '아리따움'으로 대응했다. 1964년 에티오피아에 첫 수출을 시작으로 우물 안을 벗어나려 했고 1994년 중국에 진출하고 철저하게 현지화와 고급화 전략을 쓴 것이 주효했다.
서 회장은 지난해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에서 기업경영은 공위에 서 있는 것과 같다며 "방심하는 순간 미끄러진다. 항상 긴장하고 미끄러질 때를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우물 경영과 우물 안 경영의 차이, 기업의 성패도 결국 긴장하느냐 안 하느냐에 달려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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