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나도 조금 더 나이 들면 고향에 내려가서 살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거기에 오래 전에 지어둔 작업실도 있고, 아버지가 물려주신 땅도 조금 있거든요. 그런데 이런 일이 벌어져 마을 사람들이 이상하게 되어간다니 그 쪽 일이 궁금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고.... 혼자 사시는 고모할머니도 걱정이 되구요. 그래서 누군가가 나대신 그곳에 내려가 동네 사정도 좀 알아보고, 할 수만 있다면 고모할머니의 위안도 되어주길 바래서 동철 씨한테 부탁을 한 거예요. 그런 일에 딱 맞을 사람을 한사람 소개시켜달라고....”
“그래서 내가 널 추천했지.”
윤여사의 말끝에 그때까지 듣고만 있던 망명정부 수반 똥철이 그제야 거들고 나섰다.
“너라면 딱일 것 같아서....”
그리곤 술잔을 들어 하림의 잔과 부딪히며 말했다.
“뭐, 심각할 건 없어. 나도 들었는데, 그리 복잡한 일은 아니냐. 그냥 윤여사네 작업실에 내려가서 한두 달 푹 쉬다가 오면 돼. 네가 쓰고 싶은 글이나 쓰면서.... 여기저기 어슬렁거리고 다니면서 주워들은 이야기나, 본 이야기를 윤여사에게 전해주면 돼. 기회가 되면 혼자 사신다는 죽은 개 주인인 윤여사 고모할머님 위로도 좀 해드리고.....그리고 더 기회가 된다면, 이건 네가 알아서 판단할 문제다만, 개를 죽인 범인이 누구인지 알아보면 더 좋겠고.... 맞죠 내 말이.....?”
그러면서 확인이라도 하듯 윤여사 쪽을 쳐다보았다.
“예. 맞아요!”
윤여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긴 이야기 끝의 싱겁다면 싱거운 결론이었다.
대충 그런 내용이었다.
듣기에 따라 신경 쓸 거리 없는 싱거운 결론 같았는데 그래서 그런지 모호한 부분이 없지 않았다. 그리고 이야기의 뒤에 무언가 감춰진 것이 남아 있을 것 같은 예감도 어렴풋하게 들었다.
“어때요? 하림 시인님이 오케이 한다면 당장이라도 내 작업실 열쇠를 드릴게요. 그리고 내려가서 지내주는 보답으로 어느 정도의 금액을 지불해드릴거구요. 아니, 보답이라기 보담 어디까지나 나의 성의로 이해해주시면 좋겠어요.”
하림이 망설인다고 생각했는지 윤여사가 조건까지 달아서 말했다.
자기가 돈 많은 여자란 걸 은근히 암시하는 말 같기도 했다.
글 김영현/그림 박건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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