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하림은 국민행복시대를 말하기 전에 먼저 차라리 세계 제일의 자살률부터 줄이겠다고 공약하는 편이 더 좋았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적과 폭력에 시달리던 어린 중학생이 떨어져 죽고, 쫓겨난 절망한 노동자가 떨어져 죽고, 노숙자와 취업인 안 된 대학생이 죽고, 유명 배우와 실직한 늙은 아버지가 한강에서 떨어져 죽는 세상이 아닌가.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는 말처럼 모든 것이 날개 없이, 소리 소문도 없이, 떨어지고, 추락하고 있는 세상이 아닌가. 모든 것이 아래로, 아래로 추락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 판에 행복이라니....?
정치가들은 대체로 솔직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그들은 자기 나라 국민들이 빠져있는 불행의 깊이를 헤아리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당장 해결하기 어려운 경제 문제 이전에, 국민행복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먼저 국민들의 자존심부터 회복시켜주는 것이 일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 위해서 하림은 먼저 국민들의 정신 위생과 존엄성을 해치는 막말을 막기 위한, ‘막말 금지법’ 부터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막말이야말로 비틀어진 폭력이요, 추악한 언어 권력이 아니던가. 막말은 자신을 헤치고 남을 헤치고 공동체를 분열로 몰고 가는 가장 나쁜 종류의 바이러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중에서 낡은 정치가들이 흔히 반대자들에게 갖다 붙이기 좋아하는 ‘종북좌파’ 란 바이러스는 악성 중의 악성 바이러스였다. 그것은 21세기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어두운 그림자, 사람들의 가슴을 자극하고 미치게 하고, 결국은 자기나 상대나 모두 멍들게 하는 치명적인 바이러스였다. 학창시대부터 늙을 때까지 군사 교육을 받은 사람들에게 그 한 마디는 마치 파블로프의 자동 반응 실험처럼 모두 일제히 분노하게 만들었고, 일치단결을 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더 이상 747이니, 뭐니 하는 식으로, 탐욕을 부추기지 말고, 가난하지만 행복한 나라, 행복한 공동체도 얼마든지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일 행복이 부의 순서대로라면, 네팔이나 미얀마가 우리보다 훨씬 더 자살률이 높아야할 것이었다.
행복하지 못한 세상.
행복하지 못한 죽음들....
혜경이의 전 남편이었던 태수 선배도 그런 경우의 하나였다.
글 김영현/그림 박건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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